“평생을 다 바쳐서 살아왔는데, 남는 건 집 한 채와 자식인데, 자식마저 보내고 나면 남은 아버지의 인생은 뭐가 되겠느냐?” (청춘리포트-2030 ‘탈 한국’이유)
요즘 2030세대의 고민이 반영되어 있는 이 절박한 외침은 ‘마치 우리 사회가 광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광야. 생명이 움틀 수 없는 삭막한 공간. 생명의 싹이 트려면 생명수가 있어야 하는데, 좌고우면(左顧右眄)해도 생명수를 찾을 수 없으니 광야는 생명체를 잉태할 수 없다.
최근 메르스가 한창 위력을 떨치다가 좀 잠잠해진 것 같다. 마침내 메르스도 ‘삼성’이란 이름을 비로소 알았나 보다. 스마트폰의 지존, 글로벌 기업 삼성. 분명 우리의 자랑이다. 대한민국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또한 부를 창출한 기업. 그런 굴지(屈指)의 삼성 이름을 가진 병원이 2차 메르스 진원지가 되었었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진이 있는 병원이라 메르스 전염 경로지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메르스 바이러스는 ‘삼성’이라는 이름을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유명세(有名稅)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마치 그 유명한 ‘이름’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 속에 사는 나를 발견하곤 놀라고 만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분명한 광야이기 때문이다. 어느 신문을 보니까 로스쿨의 문제가 많다고 한다. 유명 사립대 로스쿨 교수의 자녀가 같은 로스쿨에 입학한 경우도 있어 전공, 스승, 부모가 같다는 뜻으로 ‘로(Law)사부일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단다. 고관대작의 자녀 명단에는 유력 법조인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사회적 유력자 자녀가 일단 로스쿨에 입학해서 합격가능성이 높은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면, 집안의 배경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을 것이다. 물론 성공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에 속한 사람들이 법률 서비스를 받아야 할 때, 그들의 처지와 환경을 얼마만큼 잘 이해하여 정의롭게 할지는 미지수다. 인간은 사회적 환경에 얼마간은 지배를 받기 때문이므로.
1980년대 초반 군대생활을 한 친구의 일화가 기억난다. 그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위하여 보충대로 이송된다. 그곳에서 몇몇 동기들은 집에 전화를 하고, 그러면 군단 사령부 쪽으로 호출을 받아 떠나갔다. 그 다음은 사단본부에서 대기할 때, 어떤 동기는 그곳 사단본부에 남는다. 이어서 연대본부, 대대본부에서도 특과병으로 차출된다. 전화할 곳도 없는 친구는 전방 말단 소총부대 전투병 2번 소총수로 전역하였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최근 명문대 출신 ‘화이트칼라’ 직장인들 사이에선 북유럽 이민이 각광받는 추세이며 이들은 굳이 사무직만 고집하지 않고 블루칼라 관련 기술직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결심이 대단한 모양이다.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 경쟁구조, 빈약한 사회안전망 등에 실망한 2030 젊은이들이 최근 해외이민에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에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떠나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젠 2030 세대들이 마음껏 웅비의 나래를 펴고, 뜻을 펼칠 수 있는 건강한 우리 사회의 여건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래지향적 가치를 가진 진정한 인류애적 사유와 조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