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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낙수효과와 분수효과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대기업 및 부유층의 소득이 증대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경기가 부양되고, 전체 GDP가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이론이다. 국부의 증대에다 초점을 맞추어 분배보다는 성장을, 형평 보다는 효율에 우선을 둔 주장이다. 컵을 피라미드같이 층층이 쌓아 놓고 맨 꼭대기의 컵에 물을 부으면, 물이 넘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내려간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도 낙수효과를 경제정책기조에 반영하면서 기대한 바가 컸었다. 대기업이 잘 되면 그 파급효과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IMF에서는 경제학자 5명이 작성한 ‘소득 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라는 보고서에서 낙수효과를 부인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1980년부터 2012년 사이 159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p 증가하면, 이후 5년간 전체 경제성장이 연평균 0.08%p씩 감소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1%p 증가하면, 같은 기간 연평균 0.38%p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결론은 하위계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경제성장에 플러스 영향을 미치며, 상위계층의 소득의 증가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물을 계속 부어도 맨위의 물컵 용량만 커져서 물이 넘쳐 아래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 메르스 영향도 있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크다. IMF의 보고서를 미루어 생각해 보면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되어야 전체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8.2%로, OECD 회원국 중 4위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OECD 평균(15.8%) 보다 2배, 미국(6.8%) 등 선진국에 비하면 4배나 높다. 자영업자의 과밀성과 저수익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2007년부터 2013년 기간 중에 50세 이상 자영업자는 39만8천명이 증가하였고, 반면 30~40대 자영업자는 72만3천명 감소해서 50대(29.2%)가 40대(24.5%)를 앞섰다. 자녀 학비와 결혼 등 한창 목돈이 드는 50대가 회사를 떠나 자영업으로 몰리는 셈이다. 이들은 음식점, 숙박업 같은 단순 서비스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부가가치와 혁신을 추구하는 창업이 아니라 옆집을 따라하는 개업에 가깝다. 선진국에 비해 4배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음식·숙박업으로 몰리다 보니, 3년간 생존율은 53.9%에 불과하다. 생계를 위한 창업이 폐업의 무덤으로 나타나는 현실을 보게 된다.

앞서 소개한 IMF 보고서에서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저소득층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사회 전반에 걸쳐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을 유지하는 게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른 바 분수효과(fountain effect)에 집중하라고 권고한다.

자영업자 문제해결은 사회 안전망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간 사업이 부진하였으니 앞으로 자영업자들의 자금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하반기 자영업자 대책으로 특례신용보증을 7월부터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총 1조원 규모로 보증비율은 현재 85%에서 100%까지로 높이고 대신 보증 배수는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부실을 감안한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 앞으로 자영업의 창업률, 폐업률, 생존기간, 수익성, 대출 동기 등을 고려한 여신공급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의 자금 문제는 늘 잠복해 있을 것이다.

IMF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소득 불균형 해소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낙수효과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를 통한 분수효과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모인 골목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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