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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군 개혁의 가능성 보여준 대장(大將)인사

 

지난 14일 전격 단행된 대장급 인사를 놓고 아직도 화제다.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을 요직에 기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장급 인사의 백미(白眉)는 합참의장에 이순진 제2작전사령관이 내정된 것이다. 현역 군인으로서는 유일한 인사청문회 대상이어서 이를 통과한다면 육군제3사관학교 출신 최초 합참의장이다. 창군 이후 역대 36명의 의장 가운데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독점한 자리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에 이어 우리 군의 군령권을 행사하는 현역 군인 서열 1위다. 장군 진급은 하늘의 별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장관급 예우인 4성장군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3사 출신 대장은 이순진 장군을 포함해 3명이었다. 1기 박영하 제2작전사령관, 10기의 박성규 1군사령관 모두 1차 보직을 마치고 예편했다.

학군(ROTC) 출신도 5명의 대장을 배출했다. 1기 박세환(고려대), 2기 김진호(고려대), 4기 홍순호(서울대), 9기 조재토(전북대), 13기 이철휘(명지대) 장군이 그들이다. 합참의장을 지낸 김진호 대장 이외에는 모두가 후방인 제2작전사령관에 보임됐다. 육사 출신이 아니면 야전군사령관이나 주요 보직에 기용되기 어려웠다.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이순진 대장의 합참의장 발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군내 주요 보직은 육사 출신들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육사 동기인 37기의 대장 진급이 주목을 끌었다. 8명의 중장 가운데 3명이 별 넷을 달았으나 유력한 후보들이 탈락한 것이다.

인사사령관과 기무사령관을 역임한 3군 부사령관 이재수 중장은 박지만 회장과 고등학교부터 동기로 절친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오랫동안 알고 지냈을 터이다. 특전사령관 임기를 마치고 1군 부사령관으로 있는 전인범 중장도 유력한 후보군이었다. 1983년 아웅산 테러 당시 이기백 함참의장의 부관(중위)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어 이기백 의장을 들쳐업고 나왔다. 군내에서 영어를 잘하기로는 1등이다. 신원식 합참차장도 능력과 언변이 뛰어나 육사 37기의 선두주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박지만 회장과 가까운 인사로 간주돼 탈락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들보다 관심에서 다소 밀려나 있던 김영식 엄기학 박찬주 중장이 대장으로 진급해 1·3군 사령관과 제2작전사령관에 보임됐다. 공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된 정경두 중장도 공사 1년 선배인 김정식 공군작전사령관, 박재복 공군사관학교장을 파격적으로 제치고 발탁됐다.

이번 대장 인사가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척결에 비교할 건 못 되지만 군 개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육사 출신의 주요보직 임명과 기수 파괴가 그것이다. 더욱이 정치적으로 이름이 자주 거명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장군들이 진급에서 배제된 점이다. 동기를 사령관으로 모시기 곤란해져 중장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 못하면 자칫 군문을 떠날 위기에 놓이게 됐다. 후배를 총장으로 모시게 된 공군의 중장들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인사에는 한민구 국방장관의 군심(軍心)을 추스르려는 의지가 많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정통파 위주의 관례적인 기존 인사방식에서 벗어나 능력과 자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다. 군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우리나라에는 441명의 장군이 있다. 이 중에 육군만을 예로 들면 장군의 78%가 육사 출신이다. 3사는 10%, 학군 8%, 학사 1.6%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군생활을 목표로 한 육사 출신들은 군의 엘리트다. 그러기에 이들에 대한 배려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균형을 무너뜨리는 독점은 피해야 한다. 이번 대장인사에 이어 다음 달 단행될 중장급 이하 인사에서도 출신을 가리지 않고 능력에 따라 진급시키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인사는 만사이듯이 군대 역시 공정한 진급과 보직이 시행될 때 사기가 올라갈 것이다. 군은 사기(士氣)를 먹고 사는 조직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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