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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칼의 역사는 문명의 역사

 

인류의 가장 오랜 병기는 칼이다. 고대를 넘어 전통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칼은 전쟁의 현장에서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 요즘도 백병전을 준비하기 위해 소총에 꽂는 대검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군도(軍刀)는 전투본능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무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칼의 역사를 읽어 보면 단순한 전쟁의 역사를 넘어 삶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대의 칼은 나뭇가지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자연작용에 의해 부러진 나무는 쉽게 작업이 가능하기에 가장 빠르게 도구로 활용되었다. 이후 나무칼은 돌칼로 대체된다. 자연적으로 부서진 돌무더기에서 뾰족한 부분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일단 나무보다는 내구력이 좋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돌칼은 상당히 오랫동안 인간의 삶에 이용되었다. 떼어낸 돌칼을 사용하다가 무뎌지면 평평한 곳에 문질러 돌칼은 더욱 날카롭게 변화하였다. 그것이 간석기라고 부르는 신석기시대다. 돌칼을 사용하여 농작물을 수확하고, 사냥과 전쟁에 활용하면서 인류는 좀 더 날카로운 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때 발견한 것이 금속이다. 인간이 불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접한 금속은 구리(동:銅)였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녹아 새로운 형태로 변형이 가능했으며, 돌칼과는 차원이 다른 절삭력을 보였기에 구리의 활용은 인간의 눈을 금속의 세계로 이끌게 하였다. 구리는 공기 중에서는 쉽게 산화되어 녹색으로 변하였기에 청동(靑銅)이라 부르곤 한다. 그래서 청동기시대라 부르는 것이다.

이후 인간은 불을 좀 더 정교하게 다루기 시작하였다. 자연적으로 얻은 철광석 뭉치를 두드려 작은 철칼을 만들었다가 돌틀을 이용하여 용광로를 만들어 순간 온도를 1500도 이상으로 끌어 올리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철(鐵)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누가 철칼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결정짓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군수물자의 보급 중 철광석 산지를 쟁탈하기 위한 전쟁은 우리의 역사에서도 고구려의 대북방 확장 전투나 부족연맹체였던 가야의 이합집산 및 파멸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게 철기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누가 똑같은 철이라 하더라도 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칼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패권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철칼을 만들면서 소위 말하는 고대국가가 정착하게 되었다.

고대의 칼은 앞이 뾰족한 형태의 양날을 사용하는 검(劍)의 형태가 주를 이뤘다. 석검이나 청동검 역시 그러한 형태다. 아직은 뭔가를 강하게 부딪힌다는 목적보다는 찌르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이후 철검의 등장과 함께 비로소 서로 칼과 칼이 맞부딪히는 불꽃튀는 전투가 벌어졌다. 그렇게 외날 형태의 도(刀)가 전투에 등장한 것이다. 양날에 가해지는 충격력보다는 외날 쪽에 충격력을 집중시켜 칼날의 내구력을 확보하면서 전투의 살생현상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철에 다양한 성분을 분석하여 탄소의 함량을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외날 칼은 비로소 휘어지게 된다. 이제는 웬만한 충격력으로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 철칼이 만들어져 찌르기보다는 단방에 베는 기법이 전투에 활용되었다. 거기에 말을 달리며 적을 공격하는 기병은 순간 절삭력을 높이기 위해 더 큰 휘어짐을 요구했고, 그렇게 완전한 곡도가 전장에 안착하게 되었다.

야금기술의 발달을 통해 칼은 좀 더 날카로워졌으며, 후대에는 칼날을 감싸는 칼집에까지 신경을 쓰게 되었다. 또한 전장에서 보다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패용방식으로 분화하기도 하였는데, 일본의 경우는 칼을 뒤짚어 허리띠에 꼿는 형태로 발전한 반면 우리나라는 칼집에 회전식 고리인 일명 ‘띠돈’을 달아 허리띠에 차는 등 다양하게 변화하였다. 이렇듯 칼은 인류 문화 발전의 산물이며, 그 나라의 오랜 문화를 담고 있다. 무엇인가를 지키고, 또 무엇인가를 정복하기 위한 인류의 역사, 그 시작과 끝에 ‘칼’이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광선검이 나오면 인류는 또 한번의 진화를 거듭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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