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칼럼]기부와 배려는 사회지도층의 기본자질이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기부문화에 모처럼 색다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회 지도층이 경제·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부에 나선 ‘청년희망펀드’가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펀드는 ‘전시행정’의 냄새가 풍기고 사업목적의 불확실성에도 문제가 있으나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기부 문화에 새 획을 그을 만 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는 펀드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 기부는 거부하고 철저히 지도층 개인의 기부를 통해 사회적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실제 ‘2014 국내 나눔실태 조사’에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가 필요하다’는 답이 54.6%를 기록했다.

월드비전의 연도별 후원금 현황을 보면 개인 후원금은 같은 기간 39.70%에서 소폭 증가했지만 해외처럼 재벌이나 사회지도층 출신들의 기부는 많지 않다. 외국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주와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지난해 출범시킨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따르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CNN 창업자인 테드 터너,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등 40여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키로 약속했다. 재산의 절반을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1천500억 달러(약 175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나아가 워런 버핏은 세계 억만장자들의 기부 독려 운동을 펼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감명을 받은 홍콩 영화배우 저우룬파(55·周潤發)는 사후 99%의 재산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의 기부 실적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선진화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24위에 그쳤고 특히 사회지도층의 경제 정의 실천에 대한 기여를 평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항목은 OECD국가 중 꼴찌를 차지했다. 기업가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많은 돈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는 유산문화가 팽배하고 있다.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 기부에 앞장서면 기부문화가 아래층으로까지 확산되고 활성화되리라고 생각한다.

복지국가시대에 보편적 복지를 구현하려면 국가 재정만으론 한계가 있으며 기부 등 사회지도층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우리의 지배계층은 아직도 관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관념적 성향은 개인적 수준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서도 상당한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행정관료나 정치인들이 민생 현장의 서민들 고충을 직접 체험하거나 공감하지 않고, 마이크 앞에서 말의 성찬만 늘어놓는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최근 우리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관념적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 또는 공공기관장 171명 중 54명(32%)만 기부한 경험이 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100만원 이상 기부자는 18명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인색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와 자원봉사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개인적 기부 측면에서는 공직자 대부분이 아직도 나눔의 문화가 내면화되지 못하고 관념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임원이나 고소득자, 그리고 고액 재산가들이 경제적으로도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구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만 살아남는 법만 배웠지 이타성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부도 훈련이다. 이제라도 배워야한다.

처지와 입장이 다른 사람 사이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서는 인정 사정없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빵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부와 관련한 세제 등 제도적으로 아직 많이 미흡하다. 선진국에서는 기부와 관련한 세제 혜택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 승진 때 기부금을 얼마나 냈는지 검증을 요구한다. 우리도 이제는 선거 출마자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의 기부와 자원봉사 실적을 공개하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