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무신론자의 진리를 향한 여정

과학·종교·인간을 성찰한 얘기 담아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기록한 회고록

 

무신론자이자 과학자인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자신이 만난 신과 진리를 규명하고자 한 탐색의 기록이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

2001년 유방암에 걸린 저자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봉투 안에 담아뒀던 10대 시절의 일기를 꺼냈다. 일기 속에는 자신이 기억 저편에 봉인한 한 ‘사건’이 담겨 있다.

작가는 사춘기 시절 심한 해리 상태를 겪었고 일종의 신을 본 듯한 경험, ‘신비 체험’을 했다. 이는 사회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라는 자신의 이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명성에 해가 될 수도 있었기에 한 번도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거나 글로 쓰지 못했다.

그러다 저자는 16살 때 쓴 일기와 마주쳤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나중에 이걸 읽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과 똑같을까? 이 글을 쓴 이후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더 이상 그 일을 회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저자는 풀지 못한 숙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일기를 정리하고 추적한다.

책은 저자가 과학, 종교, 인간을 성찰한 이야기이자 자신의 삶을 용감할 정도로 솔직하게 기록한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냉랭한 가족과 잦은 환경 변화로 인해 마음을 닫고 ‘유아론’으로 자신을 지켜야 했던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 책과 토론을 좋아했지만 아동 학대에 가까울 만큼 자신을 몰아세던 부모, 잦은 이사와 전학이 가져온 외로움, 친구와 함께 간 스키 여행에서 경험한 ‘신비 체험’, 그로 인해 10대 후반에 겪은 정신의 붕괴 등 자신의 일생에 걸쳐 진행된 ‘진리’ 탐색의 여정이 펼쳐진다.

“‘진리’를 찾는 한 소녀가 있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길―시, 철학, 과학―을 가 보았고,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기에 기묘한 감각 변화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 진리가 추하고 비열한 것으로 드러나거나, 진리를 아는 것이 삶을 영원히 파괴한다 해도 알고 싶으냐는 물음과도 씨름했고, 그래도 알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리가 그녀 앞에서 찬란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거기엔 두 가지 단서가 붙어 있었다. 첫째, 이 일에 대해 너는 절대로, 심지어 너 자신에게도 말할 수 없다. 둘째, 너는 절대 그때의 경험을 완벽히 재현할 수 없다.”(p.162의 한 부분)

인도학자 하인리히 침머는 “가장 훌륭한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초월적인 진리는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책은 ‘표현이 불가능한 것’을 표현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김장선기자 kjs76@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