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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중립지대를 생성하는 자유인들을 찾아서…

왕따·색깔론 논쟁· 종교 등 사례를 들며 편협과 배타를 비판
소통이 부족한 시대, 지식정보화 사회 모순이 대립 확대시켜
강경론이 득세하는 한국사회에 대안을 제시할 중간자 호출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21세기 한국은 소통의 환경은 나아졌지만 소통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

물론 풍부해진 정보와 지식을 묵묵히 섭렵하면서 독자적으로 자기계발과 상호 소통을 지향하는 이들도 있지만 성취에는 별 관심 없이 표층의 불투명한 정보들만 소량으로 인지하고 소비하면서 재잘대거나(twittering) 여과 없이 말 그대로 따르기(following)만 하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화된 군집을 도리어 소통이 부재한 텅 빈 세계에 비유하며 이러한 지식정보화 사회의 모순이 대립 구조들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또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갈등의 양상들을 문화 차원에서 5가지 대립 항들로 유형화해 구체적인 사례들을 분석하고 점검하며, 비판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는 독특한 문화론을 전개해나간다.

먼저 분야 장벽 쌓기와 패거리주의에 빠진 의사·변호사, 이와 반대로 그들의 전문성을 압도해버린 사무장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고(‘전문·비전문’), 이어 대중을 지향해가는 고급문화의 적극적인 제스처들을 소개하며(‘고급·대중’), 2002년 대선을 예로 들어 중심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더욱 막강해지고 있는 (개인)미디어의 위력을 흥미롭게 분석해 놓았다(‘중심·주변’).

또 연예인과 국회의원의 사례를 들어 공인의 윤리 문제를 참과 거짓에 대한 구별 노력으로 환치시켜보기도 하고(‘순수·잡종’), 현재 이 땅에서 극단적인 사회문제로 노골화돼버린 왕따 문제, 색깔론 논쟁, 종교근본주의 등의 사례를 들며 그 편협과 배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정통·사이비’).

“이 책은 불온한 시대유감 한 소절을 덧붙이려 쓰인 것이 아니다. 존재와 인식의 ‘중립 지대’가 사라져버린 한국사회를 위해 다급한 목청으로 호출되고 있는 새로운 대중들을 위한 선언서”라고 밝힌 저자는 근본주의적 강경론이 득세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줄 존재로 ‘마니아마추어’라는 새로운 존재자를 호출해낸다.

‘마니아’와 ‘아마추어’의 합성으로 탄생하는 이들은 파고들 고유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며, 관계나 위계 따위에 매몰되지 않는 자유인들이다.

또 침묵하는 다수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적 중간자로서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삶의 자세와 지향을 가지고, 그저 떠드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실천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자기 관심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떠들어댈 일이 별로 없을뿐더러 떠드는 한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한다. 더욱이 스스로의 주도로 여러 영역을 자유롭게 횡단하므로 특정한 입장, 특히 양 극단의 일률적인 견해에는 잘 빨려들지 않는다. 이 새로운 중간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서서히 우리사회의 중립 지대를 형성해 나간다.

저자는 우리사회에 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실천 공간의 복원을 구상하며, 한국사회에 ‘있어야 할 인간’으로서 마니아마추어를 소개한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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