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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근심, 걱정 때문에/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흰 눈이 채 녹지 않은/내 마음의 산기슭에도/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3월의 바람 속에/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당신이 계시기에/아직은 시린 햇볕으로/희망을 짜는/나의 오늘…/당신을 만나는 길엔/늘상/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3월의 바람입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처럼 3월의 바람과 함께 봄의 서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驚蟄)이 내일(5일)이다. 놀랄 경(驚),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 땅속에서 동면하던 벌레가 봄기운에 놀라 나온다는 뜻을 담았다. 초목에 물이 오르고 동물과 벌레들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땅에서 새싹이 움튼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 산마다 잔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양지바른 능선에는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고 있다. 계곡의 음지, 얼음장 밑에서도 흐르는 맑은 물의 양이 부쩍 늘었고 덩달아 풀과 나무에도 물이 한껏 올랐다. 도심의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싱그러운 봄바람이 스친다. 춥고 지루한 겨울의 그림자는 자취를 감추고 진정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봄맞이로 들뜬 우리의 마음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의 심술이 남아 있지만 오는 봄은 개의치 않는다.

어느덧 완연해진 봄볕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많은 생명을 잉태시킬 준비를 끝냈다. 진작부터 남녘에선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알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눈 속에서도 꽃이 핀다는 동백을 비롯, 홍·정매화도 깨어나고 있다. 사방의 산과 들에도 소박하고 부드러운 야생화 새순이 땅을 뚫고 뾰족이 고개를 내밀며 봄을 맞고 있다.

이제 곧 대지가 아지랑이의 호위를 받으며 활갯짓 할 것이다. 이럴 때쯤이면 3월의 봄바람은 더욱 봄을 실감나게 해줄 것이다. 3월을 두고 흔히 ‘춘삼월 호시절’이라 말한다. 봄의 경치가 가장 좋은 철이란 얘기다. 물론 춘삼월은 음력을 두고 이르는 말이지만 요즘은 제철이 앞서가는 만큼 무리가 없을 듯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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