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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방탄 유리천장

1991년 미국은 여성과 소수민족의 승진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유리천장위원회’를 창설했다. 이후 미국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획기적으로 변했다. 특히 남성중심 사회인 기업의 ‘유리천장’을 깨는 페미니즘의 단계를 넘어 모든 방면에서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곧 남자를 뛰어넘는 ‘알파 걸’시대를 열었다.

비슷한 시기 북유럽 국가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기업 내 여성임원의 비율을 강제하는 ‘양성평등법’을 제정했다. 2003년 여성임원 할당제를 처음 도입한 노르웨이의 경우, 여성 중역 비율을 최소 40%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 부과는 물론 상장 폐지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5년의 유예기간이 끝난 2008년 여성임원은 법 시행 전 6%대에서 40.2%로 증가했다. 기타 나라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주주의 임원 임명권을 침해한다거나 함량 미달 여성이 선임된다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여성 임원이 증가하면서 남성들의 업무태도가 향상되는 등 이른바 ‘메기효과’를 톡톡히 본다는 평가도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스웨덴은 56.5%가 여성 각료이고, 핀란드도 50%가 여성이다. 노르웨이는 47.1%, 네덜란드 46.7%, 덴마크 45.5% 등 내각의 절반가량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또한 겉으론 엄청나게 변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고 남녀 차별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영 딴판이다. 세계여성의날(8일)을 맞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더욱 참담하다. 한국 기업 여성 중 임원 비율은 0.4%로 OECD 30개국 가운데 꼴찌, 직원 수 대비 임원도 남성은 1.3%, 여성은 0.1%로 크게 차이 나서 그렇다. 벌써 4년째 순위가 바닥이라고 한다. 일부에서 비아냥거리는 ‘방탄 유리천장’이란 말이 실감난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여전히 차별 속에 머물러 있는 한국 여성의 삶. 굳이 대통령은 여성이면서도 여성장관이 한 명뿐인 우리의 정치 현실을 거론치 않아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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