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미 경륜과 재주를 겸비한 여러 인재들이 앞으로 4년 동안 20대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저마다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소명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포부를 밝히면서 선거에 뛰어든 상태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하여 신성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이러한 선거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의 담지자’인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고 그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신성한 의식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일정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생기는 부분이 몇 있다.
우선 국회의원선거의 기본 뼈대가 되는 선거구획정안이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되어야 한다.’라는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어겼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시한인 2015년 12월 31일까지 훌쩍 넘어 선거를 불과 40여일 남기고 결정된 것은 너무도 아쉽다.
물론 선거를 치르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나 이는 유권자를 배제하고 선거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용납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유권자가 선거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 조성의 문제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과 나머지 기간을 구분하고 각 기간별로 가능한 행위와 금지되는 행위를 망라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과거 무분별한 선거운동의 폐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자칫 획일적인 규제에만 치우쳐 유권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선거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역기능에 대해서도 지속적이고 비판적인 모니터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과정을 보면 민주·공화 양당 모두 기존의 유력한 정치인들을 뒤로 하고 샌더스, 트럼프 후보가 약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각 무소속, 정치 신인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배경은 미국의 선거제도 및 문호가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곧바로 제도권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고, 그 핵심은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특히 민주당 후보로 나선 샌더스는 소액기부자에 의한 정치후원금으로 막대한 선거운동경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거 캠페인의 핵심요소로 내세우고 있고, 이 점이 유권자들의 참여를 계속하여 확대시킴으로써 무소속의 샌더스가 힐러리라는 거물 정치인과 어깨를 겨룰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선거결과에서 최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여부는 모르겠으나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무명의 정치인을 기존 정치권과 경쟁할 수 있는 정도로 성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우리 정치 풍토와 비교해 볼 때 부러운 생각을 금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도 향후 공직선거법의 개정과정에서 유권자의 자발적 참여를 더욱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및 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치러질 20대 총선은 그 어떤 선거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쪼록 이번 선거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훌륭한 후보를 국회로 보냈다는 의미 이외에 유권자들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선거로 기억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