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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봄날’이란 시의 전문이다. 이처럼 매화는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닮았고, 따뜻한 바람에 흩날리며 사람들을 행복하고 너그럽게 만든다. 그뿐인가.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불 무렵에 꽃을 피워 청초하고 고아한 자태, 맑고 은은한 향기 등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 또한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유난히 매화 사랑이 지극했던 퇴계(退溪) 이황은 “매화는 샘물을 닮았다. 자극 없이 깊은 곳을 움직인다. 달밤 매화나무 언저리에 앉아 일어서길 잊었더니 향기는 옷에, 꽃 그림자는 몸에 가득하더라”고 읊을 정도였다.

매화는 매란국죽(梅蘭菊竹)인 사군자(四君子) 중에도 으뜸으로 쳐왔다. 그리고 살에 닿는 바람 여전히 차갑고 때 없이 잔설 흩날리는 이른 봄 피어나 ‘춥고 길던 겨울 지나갔음’을 알린다고 해서 선비의 고결한 기품과 기개 충절 혹은 역경을 이기는 강건한 정신의 표상이자 회춘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래서 꽃말도 ‘고결함·기품·인내’다.

꽃 색깔에 따라 백매(白梅)·청매(靑梅)·홍매(紅梅)로 나뉘는 매화는 채도나 꽃받침 색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따라 청매(靑梅), 녹매(綠梅), 흑매(黑梅) 등으로 더 세분화된다. 옛 사람들은 이중 홍매보다 백매가, 겹꽃보다 홑꽃이 격조 있고 백매 중에는 녹매가 최상이라고 평했다.

요즘 지리산 자락이 온통 매화로 뒤덮였다. 고려 말 세도가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원정매(元正梅), 조선시대 강희안과 조식이 각각 심은 정당매(政堂梅)·남명매(南冥梅) 등 ‘산청삼매’가 연륜을 자랑하고 있어서다. 거기에 구례 쪽 화엄사 화엄매와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꽃절’로 불리는 선암사의 매향도 합세, 남도는 그야말로 매화 천지다. 광양 섬진강변 매화마을은 더하다. 일대가 홍백 경연을 펼치듯 온통 꽃 잔치다.

“추위를 이기고 혼자 스스로 피었네/ 멀리서도 알겠다 눈이 아님은/ 맑고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고 있으니.”라는 송나라 시인 왕안석의 시가 아니라도 시심(詩心)을 느끼게 하는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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