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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책나라’ 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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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6일  21:11:57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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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자(大記者)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서울의 한 대형 서점 앞에 새겨있는 말이다. 우리는 책 읽기가 인생의 획을 바로잡아주고, 삶을 변화시킨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다. 지난 3월 중순 군포시가 ‘책나라’ 개국을 선포했다. 이미 2010년 ‘책 읽는 도시’를 선언한 군포시가 이제는 한발짝 더 나아가 ‘책나라 군포’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책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책 읽기를 주요 정책으로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례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듯하다. 일자리 창출, 복지증대 등 가시적인 시책에 비해서는 다소 생소하다. ‘책으로 사람을 키우고 도시를 변화시킨다’는 군포시의 비전은 당장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아주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책 읽는 도시’라는 군포의 브랜드는 김윤주 시장의 책에 대한 체험에서 비롯됐다. 가난해서 시골에서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 한 그다. 하루종일 농사를 돕다가 저녁에는 외삼촌이 경영하는 책방에서 점원 노릇을 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이 너무 부러운 나머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여태까지 얼마만큼의 책을 읽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을 보면 아마도 1만권 이상은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김 시장의 명함은 금색 책갈피 모양이다. 거기엔 “독서는 위대한 스승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며, 내 인생의 멘토를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라고 적혀있다. 발명왕 에디슨도 초등학교 시절 엉뚱한 질문이나 하는 바람에 저능아로 찍혀 학교에서 쫓겨났다. 12살 때까지 2만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에디슨이 발명왕과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독서의 힘이었다. 김윤주 시장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시장에 4번이나 당선됐다. 노동자로, 노동운동가로 또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독서의 힘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시정의 첫째 구호를 ‘책 읽기’로 삼은 것이다.

‘책 읽으라는 시장, 책 읽는 시장’을 4번씩이나 선택한 군포시민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당장 이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가올 미래에 군포에서는 큰 일꾼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도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진리가 담겨있는 책을 사랑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의 기부금으로 1892년 설립한 시카고대학교는 1929년까지 별 볼일 없는 3류대학이었다. 로버트 허친스박사가 제5대 총장이 되면서 학생들에게 1~2학년 동안 고전 100권을 의무적으로 읽게 했다. 그것도 아예 달달 외우지 않으면 졸업을 시키지 않겠노라 했다. 학생들은 인문학 고전 속의 위대한 인물을 발견하고, 역할모델을 삼아 주인공들을 닮아가는 과정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결국 시카고대학은 85명의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여 세계 최고 명문 중의 명문이 되었다. 이른바 ‘시카고 플랜’이다. 시카고 주 역시 이에 부응해 그레이트북스재단을 설립하고 독서와 토론프로그램을 학생과 시민들에게 보급했다.

시카고플랜과 그레이트북스재단은 80년 전에 시작했다. 8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작은 도시 군포가 이러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시청 조직 내에 ‘책 읽는 군포’ 사업을 전담할 전국 유일의 ‘책 읽는 군포실’을 2010년 만들었고, 2014년에는 ‘책 읽는 사업본부’로 조직을 확대해 본부장을 국장급으로 했다. 과감한 발상이다. 실버 인문학, 다문화 등 테마가 있는 7개 공공도서관과 40여 개의 작은 마을도서관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이 독서습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가 한 말을 군포시가 실천하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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