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권순
못가에서 신발을 본 날은
밤새 검은 물속을 헤집는 꿈을 꾸었다
수없이 자맥질을 하는데 물의 결을 스치며
가슴에 못이 박힌 사람이 지나갔다
본 듯한 얼굴이었다
못가에는 구두 한 짝 가지런하였다
그 속에 꽃잎 한 장 날아와 앉았다
검은 구두 속이 연분홍으로 환했다
어쩐지 눈을 뜰 수 없을 것 같은 어스름 속에
사람들이 술렁였다
귓전이 울음소리로 쟁쟁하였다
- 계간 ‘아라문학’ 봄호에서
사람은 항상 꿈을 꾸며 산다. 꿈을 꾸지 않아도 무의식 속에는 무수한 기억과 상상의 세계가 늘 회오리친다. 그런데 꿈을 꾸어도 대부분 이 기억과 상상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면이 있나보다. 꿈꾸는 사람의 성정과도 관계가 있나 보다. 아픈 기억과 아픈 마음이 자리하는 따뜻한 사람은 꿈마저 아픈가 보다. 연못 속으로 사라진 한 사람의 죽음에서 그 사람의 아픔이 마치 자신의 것처럼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