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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학교이름 바꾸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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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8월 16일  20:00:33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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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자(大記者)

‘이름’을 우리말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라고 돼있다. 사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인은 물론 학교 단체 사물 등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인다. 특히 사람에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우리 민족의 경우 그 중요성이 더해 문중마다 항렬이 있고, 그 ‘돌림자’에 따라 이름을 지어 항렬만 보고도 금세 본관이 어딘가 알아차리기도 한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돈을 주고라도 작명소나 철학관을 찾는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붙여진 이름이 마음에 안 들거나 놀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지난 1995년 1년 간 대법원이 한시적으로 개명을 허용한 적이 있다. 현상범 김치국 송충희 조지나 등 발음과 어감이 이상한 이름을 가진 학생들의 개명신청이 봇물을 이뤘다. 평생동안 불려질 이름은 부르기 쉽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학교 이름도 마찬가지다. 10여 년 전 의정부 장암초등학교 인근 택지지구에 신설된 초등학교 이름을 신장암초등학교로 지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이름을 바꿨다. 생각없는 사람들의 편의주의적 발상이었다. 1994년 분당에 신설된 정자고교도 4년 뒤 한솔고로 이름을 바꿨다. 인근 백궁초등학교는 백현으로, 불정고는 분당중앙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모두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개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여서 쉽게 개명이 가능했다. 그러나 정자초등학교와 정자중학교는 그대로 있는 등 아직도 경기도내에는 어감이 좋지 않거나 부르기가 민망한 학교들이 더러 있다. 전국적으로도 방학중 야동초 고아초 백수중 이북초등학교 등 발음상 희한한 이름의 학교들이 즐비하다. 사람 이름처럼 이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학생들이라면 놀림을 당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학교들은 개교한 지 수십년에서 70년이 넘은 학교들이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개명은 엄두도 못 낸다.

위 학교들의 상황은 이해할 수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학교 내 일제식민지 잔재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도내 각급 학교명 교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학교명 가운데 동·서·남·북의 방위명과 중앙·제일 등과 같은 단어가 일제 잔재인 것으로 보고 이들 교명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지난 1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방위작명법에 따른 학교명, 단순 지명을 담은 행정편의적 학교명, 고유의 지명을 일본식으로 변경한 학교명, 서열주의식 학교명 등 일제식민지 잔재가 남아있는 학교이름을 지역특성, 역사를 반영한 교육적 의미를 지닌 학교명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의 반발을 우려했는지 학교명의 개명을 원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난데 없는 이같은 계획을 놓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 동문회가 예상대로 반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지적은 20년 전에도 있었다. 1997년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문종 새누리당 국회의원(당시 신한국당)이 방위표시명이나 중앙 제일 등의 명칭이 들어간 학교를 개명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검토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여론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넘어갔다. 학교별로 수 만명에 이르는 동문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와 이정표, 학교상징, 간판, 각종 서류들을 바꾸려면 혼란만 커질 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도교육청이 밝힌 개명 대상학교는 무려 1천166개교다. 전체 2천385개교 중 절반에 가깝다. 수원의 예를 들면 모두 80개 학교가 개명 대상이다. 그중에는 수원농생명과학고 수원여고 수원고 등 전통의 학교들이 행정구역 명칭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개명대상에 올라있다. 해당 학교나 동문회 측은 누가 분류했는지 교육청이 참 할 일도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학교 이름에 동서남북을 썼다고 일제 잔재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부족하다고 학자들도 지적한다. 학교이름을 함부로 바꾸는 게 일재잔재 청산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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