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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정신보건 종사자들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2년째 OECD 자살율 1위로, 하루 37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매년 실시하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약 3%에 해당하는 6만명 이상의 학생이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관심군으로 분류된다. 전체 우울증 환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2만명 이상의 노인이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알코올 중독 발병률은 전체 성인 인구 중 5%를 넘어선다. 2천명 이상의 소방대원이 업무 과정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진이나 수해 등 매년 재해로 인해 심리회복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다양한 욕구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정신보건기관들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 정신보건 종사자들의 복지는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 10월5일, 서울시 정신보건사업 종사자들이 안정적인 고용환경의 마련과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 노동환경의 개선을 요청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1997년 정신보건법의 시행으로 지난 20년간 정신보건사업은 엄청나게 확대되어 왔지만 정작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신보건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경기도를 비롯하여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 개선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신보건 종사자들은 정작 보건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이러한 혜택에서도 배제되기 쉽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광역과 기초단체가 예산을 지원하고 운영은 민간위탁의 형태로 이루어지면서 사용자조차 명확히 알 수 없으며, 종사자들은 1~2년 단기계약의 불안정한 비정규 노동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영으로 전환한 일부 센터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인력부족 또한 심각해서 1명의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많게는 100명 이상의 지역주민을 관리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추계정신질환자를 기준으로 1인당 200명, 유병률에 의한 추정환자수 기준으로는 1인당 2천명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예방과 증진을 위하여 일반시민까지 대상에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은 숫자가 나올 것이다. 호주의 경우, 지역기반 정신보건서비스에 종사하는 인력이 인구 10만명당 46명인데 반해 한국의 경우 5명 수준이다. 특히, 공공 사례관리가 확대되면서 제도적으로도 해결이 어려운, 알코올이나 우울 등의 정신건강 문제들은 모두 정신보건기관으로 의뢰되면서, 업무부담이 폭증하고 있다.

정신보건 종사자들은 항상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폭력, 정신질환 위기상황, 자살시도 등 신체적·심리적 위험 속에서 근무해야한다. 하지만 돌발적인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재가방문 등의 업무도 전문가라는 이유로 2인 1조가 아닌 혼자 수행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무수행 과정에서 67.9%가 폭언을 경험했고, 9.8%가 실제로 폭행을 당했으며, 58.3%가 신변 위협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그러다 보니 평균 근속기간은 채 4년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국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종사자들의 복지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경제 성장 이면에, 많은 사회지표들은 국민의 정신건강이 매우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사회경제적 정의와 복지제도 확충 등의 제도적 개혁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은 사람을 통해 어루만져질 때 회복될 수 있다. 절망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힘도, 몇 십년 간 마셨던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도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 답이 있다. 가족과도 단절된 이들에게 마지막까지 유일한 힘이 되어주는 한사람이 바로 정신보건 종사자이다.

올해 정신보건법이 개정되고, 정신보건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개정된 법에도 정신보건의 영역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증진과 정신질환자의 보건·복지까지 더 확대되었다. 이러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신보건사업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보건종사자들의 안정적인 고용환경과 안전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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