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
/김송포
조금씩 조금씩 당신의 심장을 갉아먹다가
나는 철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지독한 사랑이라 했다.
- 김송포의 시집 ‘부탁해요 곡절 씨’
심장을 갉아먹힌다는 것은 심장을 지닌 존재의 영적이며 육적인 모든 구성인자들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유기질은 물론 무기질까지 모두 희생한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그럴 수 있는가. 그것은 ‘지독한 사랑’의 관계가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 관계는 절대적이다. 이 관계는 외부는 물론 내적인 정신세계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받지 않아야 한다. 도덕과 윤리까지도 넘어서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독한 사랑은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수반하지만 이 고통은 또한 절대적 행복을 동반한다. 우리는 엄마의 심장을 갉아먹고, 아버지로서 갉아먹힐 심장을 내놓는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