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시민단체
“박근혜 대통령 하야는 천심”
염태영 시장도 동참
“국민의 뜻 분명히 보여야”
아주대 교수 241명 시국선언
12일 서울 촛불집회 분수령될듯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들불처럼 번지던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횃불로 불타오르고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차은택씨 등 비선실세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이 그 동안 정·재·문화계에 뻗쳤던 부정한 손길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2번에 걸친 사과와 여야 합의를 통한 총리 추대 제안이 ‘자리에 대한 집착’이라는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분노의 횃불은 더욱 이글거리고 있다.
9일 수원역 앞에서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 시국 집회를 열었다.
수원교구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마태오 16,23)’라는 성경 구절을 넣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전국 도처에서 쏟아져 나온 ‘이게 나라인가’ 라는 국민의 탄식과 분노는 마침내 ‘박근혜 하야’라는 천심이 됐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유일한 길은 당장 권좌에서 내려와 죗값을 달게 받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날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초단체장으로서는 이번 시국 집회에 처음 참가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민족의 앞날을 걱정해 찬바람 속에서도 나와계신 시민 여러분의 뜻에 공감하고 동참하기위해 나왔다”며 “‘이게 나라냐. 국가냐’고 하는 국민들의 한탄이 크다. 매일 양파껍질 벗기듯 새로운 사건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국민의 뜻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종무원조합과 종무원 212명도 “파사현정(破邪顯正·삿됨을 물리치고 정의를 드러냄)의 정신으로 함께 하겠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과 검찰 수사, 세월호 인양과 진실규명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아주대학교 241명의 교수들도 같은 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의 회복이 절심함을 천명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당장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30분에는 전국의 1천500여 시민단체 대표들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 모여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을 발족했다.
퇴진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미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능력이 없음이 증명된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있어 혼란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내려오지 않겠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도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제안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공통 입장을 밝히며 주말인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중총궐기 집회’와 별도로 당원보고 형식의 집회를 열기로 했지만, 시민사회 주도의 집회에 결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편 오는 12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예정된 대규모 촛불 집회에는 20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박 대통령 거취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