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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국가에 대한 신뢰도는 복지국가의 기반

 

대통령과 측근의 국정농단 사태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100만이라는 국민이 일상을 내려놓고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능하고 부도덕한 권력을 향해 저마다의 구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빈번하게 눈의 띄는 것이 ‘이것도 나라냐’라는 탄식 섞인 구호이다. 최근의 사태를 보며, 국가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우리가 진보와 보수를 논하고 있을 때, 정작 대한민국은 기본적인 국가 시스템도, 가장 근본적인 민주주의 질서도 이루어지지 못한 나라임을 직시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가 특정 권력층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되며, 국민이 곧 국가권력임을 이 부끄러운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복지에 있어서도 국가는 매우 중요하다. 복지는 단지 제도나 정책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국가의 민주주의적 토대와 사회적 신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복지를 위한 재원은 국민이 내는 세금에 의존하며, 국민이 기꺼이 세금을 내기 위해서는 그 세금이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복지에 투입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2016년 1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뉴질랜드 등의 복지국가들은 가장 깨끗한 나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34개 OECD 국가 중 하위권인 27위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대통령의 측근이 사회의 많은 영역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며, 국가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을 수준이다.

‘복지국가 스웨덴’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스웨덴이 복지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을 합의 문화와 공동체로 보았다. 스웨덴의 경우 확실한 이유와 대안이 검증되기 전에는 어떤 정책도 발의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 엄격한 나라다. 중대한 사회정책을 위해서는 법적 효력을 도출하기 위해 합의 기간이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10년을 넘기기도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발의된 정책은 시험을 거듭하고 나서야 확정되며, 그 이후에도 개혁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공들여 형성하고 합의를 이끄는 등 모든 것이 거북이 걸음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합의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이루어지는 만큼 한번 이루어진 합의에 대해서 사회 구성원은 신뢰하고 자발적인 헌신을 하게 된다.

또한 스웨덴에서는 얀테의 법칙이 강조된다. 이는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당신이 더 나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 것’, ‘당신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 것’ 등과 같이 평등 문화가 강조된다. 이는 관료 사회의 권위자에 대한 민중의 비판적 목소리가 반영된 표현이기도 하다. 스웨덴 지도층은 수수한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특권 의식을 가지지 않는 겸손한 자세로 유명하다. 이는 반드시 빼어난 사람만이 지도층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책임은 지도층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이 공유해야 한다는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스웨덴의 합의와 공동체 문화는 복지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복지의 확대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정치 국면에 생색내기 공약으로 전락해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중증질환 보장,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많은 공약들을 폐기, 축소, 왜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민들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정부를 보며 국민들이 어떻게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는 자칫 복지에 대해서도 정권창출을 위한 속임수 수단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항상 위기는 새로운 진보의 시작을 품고 있다.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 권력에만 국가를 맡겨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때, 그 권력은 폐기되어야함을 깨닫고 있다. 국가의 신뢰는 국민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얻어질 수 있다. 100만의 촛불과 같이 깨어있고, 참여하는 국민들의 힘이 건강한 민주주의, 신뢰성 있는 정부, 합의와 공동체 문화, 사회적 책임의 공유 등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기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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