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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우리나라에서 758만 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 이중 14만 명이 사망했다. 이른바 ‘무오년 독감’으로 인구의 38%가 끔직한 일을 당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시작된 독감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부와 태평양 섬까지 퍼져 더 많은 피해자를 냈다. 숨진 사람만 불과 2년 새 2500만~5000만 명(일부 추정은 1억 명)에 이르렀다. 1차 대전 사망자(900만 명)의 3~5배,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 역사상 최대의 의학적 홀로코스트로 불린다. 악명을 떨친 독감 이름은 ‘스페인’이다. 상당수 나라가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독감의 피해사실을 감추었고, 중립국이던 스페인 언론이 처음 보도,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감기와 독감의 차이를 잘 몰랐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른데도 증상이 비슷해서였다. 그래서 전쟁 중 각국에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병사들이 급증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결국 화를 키웠다고 한다.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처음 분리된 것은 1933년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 가지 유형이 발견됐다. 전염속도가 빠르고 증상도 심각한 A형(고병원성), 주로 봄철에 나타나는 B형(약병원성), 전염률이 낮고 증상도 가벼운 C형(비병원성) 등이다. 문제가 되는 건 주로 A형이다. 감기와 달리 고열, 전신근육통, 심한 피로를 일으키고 회복 기간도 2∼3주로 길다. 독감 자체에 의한 사망률은 높지 않으나 2차 감염과 폐렴, 뇌염, 심근염 같은 합병증이 생기면 치사율은 예측 불가다.

바이러스 형태가 다양하고 변이가 심해 독감치료가 어려운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돼지나 조류에 침투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 전염된 후 변이를 일으켜 특효약도 없다. 백신 접종으로 60%쯤 예방된다지만 계속 변종이 나타나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전국이 조류AI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초중고 학생들의 ‘독감’ 피해가 조기방학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번엔 조류독감처럼 뒷북치는 정부의 대책 안 나왔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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