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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110년 수원역 역사 재조명을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늘상 하던 데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거나 실천하지 못했던 다짐을 하려고 했지만 왠지 답답하기만 하다. 2016년은 ‘다사다난’이라는 말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연장선에서 10억엔으로 거래를 끝낸 정부의 막장질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까지 출범을 강행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낸 일본군 ‘위안부문제’, 올 봄 강남역 ‘여성혐오살해사건’, 경찰에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백남기 농민사건, 현재 온 나라 국민들에게 분노와 절망을 안겨준 ‘최순실 게이트사건’ 등 너무 많은 사건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2017년까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송년회참석을 자제하면서 무엇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득하기만 하다.

어느 노래가사처럼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생략)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생략)’

내일은 2017년의 해가 뜰 것이고 우리 국민들 모두 간절한 ‘희망’을 찾으면서 바쁘게 한해를 보낼 것이다.

얼마 전 수원시 주관으로 집결지 정비를 위한 TF팀 구성 및 발대식이 있었다. 현장에서 매일 성매매경험 당사자를 만나는 난 모든 얘기에 예민해진다. 수원역집결지 폐쇄를 앞두고 시는 도시재생이 아닌 개발로 계획을 잡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내가 우려되는 것은 조합원에는 분명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성들을 이용하여 불법수익을 가져간 자들이 또 개발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던 여성들의 인권 여성들의 삶이 삭제되는 것에 예민해진다.

수원역집결지가 형성된 과정의 역사를 찾기가 매우 어렵지만 유곽의 역사에서 살펴보면 1905년 경부선이 개통이 되면서 수원역은 교통의 요충지로 등장하였고 역세권 중심으로 유곽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럼 전국에 있는 집결지들처럼 수원역 역시 110년이 넘는 동안 유지돼온 장소인 것이다. 부끄럽고 혐오스러워 회피하고 싶지만 이것도 우리의 역사인 것이다. 그곳에 많은 여성들의 삶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현재 성매매매집결지를 여성인권을 새로 쓰는 역사의 측면에서 정비를 한 곳은 전국의 단 한군데도 없어 보인다. 수원 역시 수원역 중심에 자리 잡은 흉물스러운 곳을 삭제하는데 부동산개발의 욕구로 밀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여성을 이용하여 불법을 자행한 알선자 및 토지 주는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고 마치 자신들이 지역의 유지처럼 행사하는 이들이 이익을 포기하고 불법영업을 이어가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 분명 어떠한 성찰과 반성이 없이 수원역집결지를 삭제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에 부딪힐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하고 지속시키는데 정부, 작게는 지자체인 시는 어떠한 책임도 없는 것일까?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다. 성매매를 가난하고 빈곤한 여성들이 먹고 살아야하는 생존을 내세워 업주들은 ‘성매매방지법’이 위헌이라고 주장을 해왔다. 지금도 그들은 자신들의 불법성을 끊임없이 반성하기보다는 여성들을 내세워 이용하고 있다. 나는 반성과 성찰 없이 이익이 우선하는 개발로 이어지는 것에 반대한다. 끊임없이 내놓는 정책은 절망을 안겨주고 현장 활동가들의 힘을 빼려고 한다.

성매매집결지인 수원역의 역사를 다시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이 기억을 시민들과 소통하며 다시 재조명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지역에 있는 예술가 등의 협업을 통해 기억하고 기록하는데 2017년을 살아보려고 한다. 100년의 역사의 공간에서 성매매의 본질과 관계하고 있는 사회구조적 맥락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 미래를 찾을 것이다. 이에 여성인권지원을 활동가로서 절망에 주저앉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라도 절망을 준 2016년을 보내고 스스로 위안을 찾는 것으로 2017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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