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반복되는 AI, 그리고 지방의 희생
[자치단상]반복되는 AI, 그리고 지방의 희생
  • 경기신문
  • 승인 2017.01.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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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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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는 금년부터 고병원성 조류독감 등 감염병의 방역이나 살처분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 대한 위험근무수당 지급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번에 살처분 등 감염병 방역 업무에 투입되는 지방공무원들은 누구나 1일 8천원, 월 최대 5만원의 위험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은 물론 중동호흡기중후군(MERS: 메르스) 등과 같은 보건의료와 수산물 관련 분야 등을 포함하였다고 행정자치부는 발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2010년 구제역 발생 때 방역업무 공무원 중 9명 사망, 2014년 4월과 2016년 11월의 조류독감 방역업무 1명 사망으로 전염병 등의 방역업무를 하는 현장 공무원의 과로가 매우 위험한 수위이기 때문에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지난해 11월16일에 있은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2017년 1월3일 현재 307곳에 달하고 있으며, 살처분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3천33만 마리로 집계되었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하였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한 피해와 위험은 2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16년 연말 포천에서 고양이가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 폐사되고, 고양이를 접촉한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되었을까봐 노심초사하였다. 다행히 주민들에게서는 AI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제 AI 감염사태는 가금류를 넘어 고양이 등 포유류를 감염시키고 사람들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는 매우 치명적으로 알려져 있어 국가가 비상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이미 중국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도 감염되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감염자 16명중 10명이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조류 인플루엔자가 이웃나라 중국에서 2013년에 크게 유행하고, 우리나라도 2014년 이후 조류독감 감염사례가 발견되어 안전국가가 아님이 명확한데도 당국의 대처는 안일하기 그지없다. 당국은 그저 매년 같은 매뉴얼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의심되면 신고를 하고, 신고를 받은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확진을 해 더 이상의 확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동과 유통을 제한하며, 감염된 가금류 등을 살처분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이에 대한 보상을 한다. 그리고 이번에 살처분에 동원되는 지방공무원이 고위험 업무를 담당하니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을 추가하였다.

우리는 국가적인 재난이나 위기상황을 맞게 되면 항상 중앙 컨트롤타워에 의지하게 된다. 이 컨트롤타워가 하는 일이 감염의심에 대한 신고 독려, 신고가 들어오면 확진판정, 이동 및 유통제한의 결정, 살처분 및 피해 보상, 그리고 현장통제와 살처분 등에 동원된 지방공무원 수당 지급이다. 가만히 그 내용을 보면 전염병이나 감염병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안전한 사무실에서 정보보고를 받고, 지방자치단체와 현장에 지시를 하고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선심을 쓰는 것이다. 이 컨트롤타워에 들어있는 중앙공무원이 초동단계부터 몇 번이나 현장조사를 하고 살처분에 참여하였는지는 알려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정책적 판단과 매뉴얼 개선에 반영되었는지도 알 길이 없다.

재난이나 위기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은 바로 현장이다. 인체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높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감염현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감염확산의 위험 때문에 민간시장으로부터 인력 수급도 용이하지 않다. 이제 현장의 인력은 지방공무원뿐이니 이들의 위험과 고생은 참담한 상태에 놓여있을 것이다. 위험수당의 지급으로 감염위험이 감소할리도 감염자체가 없어질 리도 없다. 그러함에도 우리 온 국민이 믿고 있는 컨트롤타워는 감염병의 위험과 대처를 슬그머니 지방에 떠넘기고 빨리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리고 있다. 중앙 컨트롤타워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나 구제역, 메르스와 같은 위기에서 멀리 물러난 채 언제까지 지방 공무원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인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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