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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함께 소통하는 귀중한 시간

 

고속도로 진입 통제를 알리는 입간판이 도로 곳곳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설이 가까운 모양이다. 얼마 전 ‘사라진 동장군’이라는 내용으로 칼럼을 썼는데 곧바로 영하 10도 안팎의 최강 한파가 찾아와 전국이 냉동고로 변했다. ‘입이 방정’ 아니었나 쑥스러운 생각을 하며 설 대목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올해도 명절 시샘을 하듯 날씨마저 이러니 귀성객들의 고생이 눈에 선하다. 설 연휴기간 동안 풀리지 않는다는 기상청 예보에 자식, 친척 맞을 준비에 설레는 고향집 어르신들도 맘이 편치 않을 듯싶다.

추운 날씨는 몸과 마음만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설 준비를 위해 백화점과 재래시장을 찾는 방문객도 예년보다 훨씬 뜸하다. 물론 날씨 탓만은 아니다. 얼어붙은 경기와 지난해 처음 시행된 ‘김영란법’의 여파도 한몫하고 있지만 이를 몸으로 견뎌야 하는 상인들의 마음은 영하의 기온만큼이나 얼어있다.

이런 가운데 유독 열기가 후끈한 곳이 있다. 설 연휴 특강을 준비하는 학원가들이다. 일명 ‘설특강’이라 불리는 학원들의 이벤트는 주로 학생들이 대상이다. 예년 같으면 ‘강사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는데…’라며 명절연휴 휴강이 관행이었으나 몇 해 전부터 더 바빠졌다. 특히 강남, 분당 등지의 유명 학원일수록 더하다. 3일 특강에 30만∼40만 원을 호가하지만 등록 쇄도다. 한데, 개중에는 자식 교육을 이유로 설 전후 겪는 명절증후군을 피하려는 일부 학부모들의 꼼수도 숨어 있다. 시댁에 가지 않으려는 이러저러한 핑계의 진화 치고는 약간 낯간지럽지만 변하는 시류는 세월도 막지 못하나 보다.

‘홀로 아리랑’이라 일컫는 ‘혼족’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업체들도 명절 특수를 누리는 곳 중 하나다.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불참’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자 신청자가 쇄도 중이다.

하지만 세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순 없는 곳이다. 내가 싫은 건 죽어도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산다면 그 사회는 배려와 양보가 없는 분열과 갈등 이 가득한 삭막한 세상이 되고 만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고 어울리며 산다는 것은 때로는 싫은 것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의미와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나 특히 가족공동체 일원임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의적으로 보면 더 실감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자 할 때 상대방은 불편하다 못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 반년 가까이 온통 나라를 흔들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굳이 거론치 않아도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남을 배려치 않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이러한 발상은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키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이기심은 결국 자신을 파탄 나게 하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일찍이 공자는 이를 경계하며 “그것은 관용(恕)이니,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己所不欲 勿施於人)이다.”라고 설파했다.

‘관용(恕)’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이다. 상대방에게 넓은 마음으로 대하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좋은 대로 상대방에게 여러 가지 일을 강요한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남이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이기심이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도 하기 싫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도 좋아한다. 자신은 좋은 것만 하려고 하고 남에게는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도록 시킨다면 그것은, 심한 말로 자기만을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편집증(Paranoia) 증세를 가진 사람과 다름없다.

아무튼 며칠 후면 많은 가정에서 가족들이 모여 서로 사랑을 나눌 것이다. 또 설날의 세찬이 ‘조화와 공생’을 의미하는 것처럼 떡국을 먹으며 혈연으로 맺어진 ‘우리’라는 사실도 몸으로 느낄 것이다. 그리고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도 다시 한 번 확인할 것이다. 함께 하는 시간 “내 생각과 그대의 이해 사이에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곧 다음을 기약하는 이별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모두가 ‘함께 소통’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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