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감독 직접 문제 제기
경기감독관 등 “문제 없다” 진행
결국 뒤늦게 ‘부정선수’로 퇴장
“우리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사상 초유의 ‘유니폼 논란’ 경기를 마친 남자 프로배구 박기원(66·사진) 인천 대한항공 감독은 혀를 끌끌 찼다.
대한항공과 수원 한국전력이 맞붙은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는 한 선수의 유니폼이 문제 돼 경기가 20분 넘게 중단되고 결국 한국전력의 점수 11점이 지워지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박 감독이었다. 한국전력의 세터 강민웅이 동료들과 달리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나오자 박 감독은 ‘한팀의 선수들은 완전히 같은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을 들어 항의했다.
하지만 박주점 경기감독관과 KOVO 관계자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경기를 진행했다.
박 감독은 “경기감독관이 괜찮다고 하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시합 끝난 다음에 규정을 다시 한 번 보자고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기가 중단된 것은 대한항공이 14-12로 앞선 1세트였다. KOVO 측이 강민웅의 유니폼을 뒤늦게 문제 삼으면서다.
결국, 20분 넘는 실랑이 끝에 강민웅은 ‘부정선수’로 간주돼 퇴장당했다.
경기는 14-12에서 14-1로 돌아갔다. 한국전력의 ‘1점’은 강민웅이 투입되기 전의 점수다. 대한항공에는 이번 사태의 귀책사유가 없어 14점의 점수가 모두 인정됐다.
박 감독은 KOVO의 비전문성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우리(대한항공)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었으면 어쩔 뻔했느냐”며 “조용히 있다가 3, 4세트 들어 문제를 제기했으면 그때까지 한국전력이 쌓은 점수가 전부 ‘0’이 됐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그렇게 하는 게 스포츠 정신에는 어긋난다”며 “이런 논란이 없어 지려면 평소 경기감독관과 KOVO 측이 규정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프로배구 V리그가 세계에서 8번째 안에 드는데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