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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이 주는 의미

배우 김민희가 67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홍 감독과의 불륜설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칸과 이탈리아의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인 은곰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한국영화의 쾌거임에는 틀림 없다. 지난 198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강수연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07년 칸 영화제에선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 김민희의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한국 여배우들이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게 된 것이다.

이번 수상은 홍 감독이나 김민희에게 개인적으로도 큰 영예다. 영화 ‘아가씨’ 이후 더욱 물이 오른 그녀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번 영화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큰 획을 그은 영광의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륜’에 대한 도덕적 논란이 뜨거운 한국 사회에서 이번 영화에 담긴 도발적 대사들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불륜설에 휩싸인 감독과 배우, 그리고 바로 그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듯한 자전적 러브스토리이기에 그러하다. 다음 달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이제 관객들의 몫이 되기는 했다.

홍상수 감독의 많은 영화들이 그랬듯이 흥행에는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작비가 엄청나게 투입된 대작이 아니더라도 연기와 예술성 등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언제 어디서나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작품들의 경우 예술성이 높은 작품보다는 블록버스터 등 대작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100편 가까이 한국 영화가 개봉되고 있지만 그중 수익을 내는 영화는 10%에 불과한 것을 보면 우리 영화의 침체를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이번 쾌거는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헐리우드 영화를 흉내내고, 제작비로 승부를 걸거나 혹은 상영관의 독점으로 관객을 호도하기보다는 우리 것을 소재로 예술적 완성도 높은 영화를 제작하는 데 정열을 쏟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나아가 그동안 국제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받은 영화들은 흥행에는 별로였다는 공식도 깨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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