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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불법도박과 중독자 양산의 대안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한 탕을 바라는 갖가지 사행산업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로또 복권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판매액도 지난 2003년 이후 최고액을 경신했다. 인형뽑기 기계를 두고 영업하는 ‘뽑기방’ 수는 2015년 21곳에서 지난해 11월 500곳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 카지노 ‘강원랜드’의 매출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4.5%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으로 요행으로 큰 수익을 얻으려는 ‘한 탕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일에는 광주 주민센터 현관문 앞에 권모(39)씨가 휘발유를 뿌리고 미리 준비한 신문지에 불을 붙여 던졌다. 권씨가 도박중독으로 기초생활 수급비를 탕진할까 염려돼 여동생이 통장을 관리하고 있는 것을 주민센터가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권씨는 4천여 만원 전세금에 보험해약금까지 보태 국내 카지노로 향했고, 순식간에 5천만원을 탕진했다. 20대 중반인 대학생 A씨는 1년 가까이 상담치료센터를 다니며 인터넷 도박을 끊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또 빚을 내어 도박한 것도 모자라 외국에 1년간 어학연수를 떠났음에도 현지에서 쓸 학원비를 모두 오락실에서 탕진했다.

이처럼 도박하는 20∼30대가 많아지고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양상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IT 기기로 도박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심리, 여가나 인간관계 부재 등도 젊은 층이 도박하는 요인이다. 도박 중독은 개인의 탓도 있지만 사행산업을 주도하는 국가의 책임도 적지 않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도박 중독은 삶의 질을 크게 추락시킬 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 도박비용, 부채로 인한 이자비용, 범죄, 법집행, 건강의료, 복지, 재활 등에 무려 78조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시장규모는 19조5천443억원인 반면 온라인 도박 등 불법도박의 규모는 4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불법 도박은 적발과 단속이 쉽지 않아 중독자를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 중독률은 세계 2~3위를 다툴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매출액 차이는 도박을 합법화한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박금지법이 실효가 없다는 방증이다. 사감위가 적극적으로 감독해도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률은 5.4%로 미국(3.2%), 영국(2.5%)에 비해 크게 높다. 이는 불법도박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현재 도박을 합법화했고 불법도박 억제와 세수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영국은 온라인도박을 허용해 2010년 기준 84개의 사이트를 정부의 규제 하에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도박법은 온라인의 경우 모든 면허가 국가 수준에서 통제되며 면허를 받은 운영자는 기업의 형태로 영국 내에 위치해야 한다. 프랑스는 ‘통제된 자유시장’이라는 개념 하에 온라인도박을 허용했다. 선진국처럼 정부가 민간에 온라인도박시설 설치·운영을 허용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불법도박사이트를 막고 규제를 하더라도 인간의 사행심리는 쉽게 제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마산업은 직간접적으로 1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수로 정부 재정에 기여하는 금액이 19억 달러라는 조사가 있다. 합법적 사행산업을 도박이 아닌 레저산업의 관점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불법도박을 적발하는 데 진전이 없고 예산만 낭비되는 만큼 도박을 합법적인 규제 아래 두는 것도 고려해 볼만도 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과 대안으로 불법도박을 적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감시 비용만 증가할 뿐 효과적인 근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도박의 합법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지금처럼 관련 정책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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