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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이 시에서 언급했듯이 아버지도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어정쩡한 남편이라는 명사, 때론 친구였다가 더 욕심을 내자면 애인의 감정이기를 슬쩍 욕심내 보지만 연애시절 서로를 달뜨게 하던 찻집도 골목길도 없다. 퇴근과 출근 사이에 스치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굽은 어깨, 술에 찌든 낯빛만을 덮어쓰고 있다. 이 남자, 나를 숨 멎게 했던 그 남자 맞나 싶다가도 용돈 몇 푼 더 달라고 떼 아닌 떼를 쓸 때면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아들 녀석과 뭐가 다를까 싶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새벽녘 고열로 아팠을 때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찬 물수건을 대주는 것 또한 남편이다. 나란히 누워 각자의 세상으로 등 돌리다가도 다시 돌아누워 슬쩍 한 쪽 다리 올려놓으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 남자. 소설도 이런 막장 소설 없다고 전쟁을 치르다가도 슬며시 화해의 몸짓을 보내는 나와 가장 많이 밤을 쓴 내 남자다. /정운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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