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초반부터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독주 분위기로 흐르면서 벌써 ‘싱거운 경선’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27일 열린 호남 순회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60.2%를 득표하며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멀찌감치 앞서자, ‘문재인 대세론’이 한층 강력해진 양상이다.
1차 투표결과 특정주자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4월 8일 결선투표를 하기로 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결선투표 없이 4월 3일 후보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특정후보의 유불리에 대한 입장을 갖기 어렵지만, 최대한 끝날 때까지 누가 이길지 모르는 ‘역동적 경선’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지도부로서도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당도 안 전 대표의 압승 후 당내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안 전 대표의 독주에 실망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측 지지자들이 참여를 거둬들이며 ‘김’이 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손 전 대표와 박 부의장이 호남경선 결과를 뒤집을만한 표를 남은 경선 지역에서 얻기는 쉽지 않다.
서울·인천·경기 지역 당원의 수는 약 5만1천명으로 광주·전남·전북의 10만 당원에 견주면 현저히 규모가 작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호남에서의 격차를 좁히기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두 당의 지도부는 일단 이런 독주체제와는 관계 없이 경선관리에 최선을 다하면서 흥행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안규백 사무총장은 “국민에게 수권정당으로서 안정감을 주면서 경선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정권교체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경선 분위기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다른 관계자 역시 “무조건 후보들끼리 엎치락뒤치락하는 것만 흥행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호남 경선에서 유권자들의 높은 참여도를 확인하면서, 당내 경쟁구도와 관계 없이 이런 참여 열기가 남은 순회경선의 분위기를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독주체제를 구축한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캠프 내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대한 경계심이 감지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8일 “경선 진행 과정에서 대세와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벌써 ‘김빠진 경선’ 우려나 흥행 걱정을 하는 것은 이르다”며 “국민에게 끝까지 아름다운 경쟁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 최경환 선거대책본부장도 “손 후보, 박 후보께서 완주하겠다고 말씀해주신 것에 감사한다”며 “경선캠프에도 ‘다 이겼다’는 분위기가 비치지 않게 겸손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두 후보는 집권 이후에도 정부를 함께 운영할 분들이니 절대 감정을 상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아직은 후보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말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는 권리당원의 몰표가 호남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역시 지금은 안 전 대표의 1강 체제가 탄탄한 모습이지만, 이후 수도권 경선 등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