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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과 용암… 세월이 빚은 걸작 연천은 지구과학의 표본실

 

 

한탄강·임진강 주변 지형 특이
땅의 생성 역사 고스란히 간직
지구과학 교수·교사에 주목 받아

현무암 등 암석 종류만 30여개 넘어
2015년 국가지질 공원 인증 획득

재인폭포 등 10개 지질명소 각광
역사문화유적 공존해 교육가치 높아

일본 지질학계도 벤치마킹 위해 탐방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도전


연천군 국가지질공원

“연천만큼 지구과학 교육에 좋은 장소는 우리나라에 없을 것입니다.” 대학교 및 중등학교 지구과학 관련 교수 및 교사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연천군은 한탄강과 임진강 주변의 지형이 특이하고, 땅의 생성 역사를 간직한 지질명소가 많이 분포해있는 것은 물론,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명소들로 가득해 지질교육 및 관광자원으로의 활용가치가 높다. 환경부 역시 이러한 연천군의 가치를 높이 사 지난 2015년 연천군에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수여했다. 이에 연천군이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지질명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세계 지질학자들이 주목하는 연천

연천의 지질명소는 각각 형성원인과 시대를 달리해 교육적 가치와 함께 경관이 아름다워 관광명소로의 활용가치가 크다.

먼저 연천군은 약 19억년 전에 형성된 변성암부터 약 50~12만년 전 용암이 흘러와 만들어진 현무암까지 암석의 종류만도 30여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들 눈에 가장 독특하게 보이는 연천의 지질과 지형은 수직 절벽을 이루는 한탄강 협곡과 전곡 일대의 평탄한 대지다. 철원, 포천, 연천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독특한 지형은 바로 화산과 용암으로 생겨난 지형 중 하나다.

이 지형은 약 50만년 전 강원도 평강군에 위치한 작은 화산체인 오리산 일원에서 용암이 흘러내려와 철원의 낮은 지대를 메우고 옛 한탄강을 따라 연천군 고문리~통현리~전곡리~은대리 일대에 약 30m의 두께로 굳어지며 만들어졌다.

또 연천에는 약 2억5천만년 전, 지구의 여러 대륙이 이동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판게아)으로 합쳐질 때, 따로 떨어져 있던 북중국과 남중국이 충돌하면서 한반도의 뼈대가 생겨난 흔적을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연천군에는 오랜시간 동안 오늘날 한반도의 모습을 이루게 한 역사를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어 전 세계의 수많은 지질학자들이 연천을 찾아오고 있다.



교육적 가치가 큰 연천의 지질명소

연천의 국가지질공원에는 10개소의 지질명소가 있다. 이곳에는 지질학적인 요소뿐 아니라 역사문화유적이 함께 있어 교육적 가치가 더욱 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지질명소는 바로 재인폭포다. 약 18m 높이의 주상절리 절벽에서 떨어지며 장관을 이루는 이 폭포는 천연기념물 어름치와 멸종위기종인 분홍장구채 등의 서식지이면서 반경 10㎞ 이내에 각양각색의 지질명소가 위치하고 있어 최고의 지질학습장으로 손꼽힌다.

전곡리 유적지대에 위치한 방문자센터도 지질탐방 및 지질교육을 하기 좋은 장소 중 하나다. 전곡리 유적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구석기 유적이자 동아시아 처음으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으로써 고고학적으로 가치가 높고, 2m에서 7m 높이의 두께로 이뤄진 퇴적된 구석기 토층에서 당시의 기후변화를 알 수 있어 지질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재인폭포로 가는 중간으로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아우라지에는 국내외에서 보기 드문 베개용암도 관찰할 수 있다. 베개용암은 뜨거운 용암이 흐르면서 물을 만나 급격히 식으면서 생성된 것으로, 육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문데다 연천군의 베개용암은 모양이 뚜렷하고 육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어 매년 학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차탄천 일원도 연천 최고의 지질체험 학습장이다. 한탄강의 지류인 차탄천은 추가령 구조곡을 따라 전곡읍 은대리에서 한탄강에 합류된다. 이 차탄천에는 주상절리와 은대리 판상절리, 습곡구조 등이 있으며, 차탄교에서 은대리성 한탄강에 합류하는 약 9.9㎞에는 차탄천 에움길이라는 지질트레킹코스가 개발돼 있다. 또 차탄천에는 신생대의 다양한 현무암 주상절리와 연천에서 가장 넓게 분포하는 암석인 고생대 데본기(고생대 중기에 해당하는 지질시대)의 미산층을 가까이 보고 만져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천변을 따라 현무암 협곡이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다른 지역의 지질공원과는 달리 역사유적이 지질명소 그 자체인 곳도 있다. 바로 당포성이다. 임진강가에 위치한 당포성은 5세기 중반 고구려가 남진정책을 본격화하며 6세기 이후 석축성벽을 쌓기 시작해 고구려가 멸망하는 7세기 후반까지 임진강을 경계로 신라와 대치하며 최전방 초소역할을 담당했던 고구려의 유적이다. 특히 당포성은 백제, 신라의 성벽과 달리 성벽 80~90%가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무암으로 만들어졌으며, 20여 m의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 위에 위치해있어 현무암 절벽이 한쪽의 성벽 역할을 했던 지리적·전략적 요충지였다.



연천 국가지질공원 교육 및 관광프로그램

현재 연천군에는 전곡리 유적과 재인폭포에서 진행되는 지질명소 상설 프로그램, 연천의 역사 및 생태 자원과 연계된 프로그램 등이 진행중에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120개 학교 4천여 명의 학생들이 지질공원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질공원 인증 이후 대폭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숫자는 미약한 수준이다. 이에 연천군은 우선 수도권 학생 탐방 100만명을 목표로 지질공원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홍보한다.

여기에 지질공원을 매개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연천군이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방침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벤치마킹

이러한 연천군의 가치를 알아서일까. 지난 2월 일본 츠쿠바 대학의 히사다 켄이치로 지질학과 교수가 대학원생 10여 명과 함께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연천군 국가지질명소를 탐방했다. 이 탐방은 지난해 9월 일본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받은 츠쿠바산 지역 지질공원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벤치마킹의 일환으로, 히사다 교수는 츠쿠바시 교육위원회 및 츠쿠바산 지역 지질공원 추진협의회 자문위원이다. 이날 히사다 교수 등 탐방단은 전곡리 유적과 선사박물관, 방문자센터 등을 시작으로 재인폭포, 아우라지 베개용암 등 연천의 주요 지질명소를 둘러봤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인증 추진

수도권 유일의 지질공원인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은 한반도 생성의 역사와 화산활동 그리고 구석기 시대 인류의 유적이 남아있는 매우 소중한 우리의 보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천군은 2015년 말 국가지질공원 인증에 이어 경기도와 강원도, 포천시, 철원군과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들 기관은 내년도 한탄·임진각 국가지질공원 인증의향서 제출에 이어 하반기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가치가 높은 연천군의 지질명소는 세계 인류가 함께 보존하고 활용해야할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연천군의 지질공원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지질공원 활성화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연천=김항수기자 hangso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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