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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장애 차별 없는 따뜻한 ‘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 로비에는 특별한 카페가 있습니다. 손님들은 여느 카페에서처럼 주문하고 음료가 나오기를 재촉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부탁의 안내문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2월부터 문을 연 이 ‘한그루’ 카페는 발달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 세잎클로버에서 운영합니다. 발달장애인 부모 모임에서 만난 12명의 엄마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장애아를 키우면서 서로 육아 정보를 나누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한 아이들을 위해 조합을 결성한 것입니다.

이 조합은 커피 바리스타 양성을 비롯한 카페 사업과 발달장애인 사회교육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따뜻하고 희망찬 경기행복시대’를 준비하는 경기도의회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카페 공간을 마련하고 운영자를 모집했습니다. 지역의 노인 일자리 단체와 경합을 벌였는데, 시설 투자 등 여러 면에서 매우 적극적인 의욕을 보인 세잎클로버 사회적협동조합에 기회가 돌아간 것입니다.

의회 로비에서 카페 사업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성실히 운영하면서 차츰 활기를 띠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민의의 전당인 의회 건물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발달장애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자폐나 지적장애는 겉으로 보이는 장애가 아니라 겪어봐야 아는 장애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책에서도 소외돼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카페 ‘한그루’에서도 종종 이런 해프닝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사람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식탁을 닦을 때 손님이 불러도 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의회 로비에서 뛰어다니는 바리스타 청년들도 볼 수 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가족이 집에 있게 되면 누군가는 꼼짝없이 보호자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가정에 문제가 생깁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가 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사회’는 그저 이상향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경기도의회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동행’ 실험은 새로운 희망을 느끼게 합니다. 카페 운영 2개월이 지난 지금, 손님들은 바리스타 청년들을 이해하는 듯합니다. 기다림의 미학이 있습니다. 바리스타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서비스의 질을 운운하며 화를 내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엄마들에게 매니저로서의 책임을 묻지도 않습니다. 서로 익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카페 한그루 엄마들이 바라는 것도 바로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카페에서 일하면서 사회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합니다. 카페에 처음 오는 분들이 일하는 직원들이 이상하다고 말하던 것도 차츰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은 마음이 놓이고, 걱정과 한숨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그 날을 기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속의 작은 실천입니다. 전국에서 광역·기초 의회를 통틀어 사회적 약자가 운영하는 카페를 둔 곳은 경기도의회가 유일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애의 구분이 없는 함께하는 사회’를 꿈꾸며 나비의 작은 날갯짓을 시작했습니다. 전국 의회는 물론이고 공공의 영역에서 또 다른 공존의 지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믿습니다.

따뜻하고 희망찬 경기행복시대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곁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경기도의회의 작은 변화가 우리 사회에 나비효과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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