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오피니언
[정윤희의 미술이야기]케이트 그린어웨이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2017년 04월 20일  20:21:12   전자신문  16면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에세이스트

빨간색 긴 옷과 마법사 모자를 쓰고 한 사내가 피리를 불고 있고, 수많은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사내를 따라가고 있다. 발그레한 뺨에 고불고불한 머리, 하늘하늘 주름진 색색의 드레스와 프릴이 달린 모들이 눈에 띤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은 즐거워 춤을 추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짓고 있다. 1988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케이트 그린어웨이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한 장면이다. 책에 실렸던 시는 일찍이 1955년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에 의해 쓰였다. 어린 시절 이 작품을 감명 깊게 읽은 그는 시인이 죽기 전 이 책을 출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에서 실제 일어난 일을 토대로 쓰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의 내용을 이러하다. 어느 날 하멜른에 출몰한 쥐떼 때문에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게 되는데 기이한 복장을 하고 창백한 인상을 띤 한 남자가 나타나 쥐떼를 몰아내주는 대가로 천 길더를 받기로 한다. 쥐떼들은 그의 아름다운 피리소리를 듣고 그를 따라가더니 결국 베저강에 빠져 모조리 죽는다. 그러나 천 길더를 치르기로 약속했던 시장과 의원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에 화가 난 사내는 다시 동네에 나타나 피리를 다시 연주했다. 그러자 동네 아이들이 모두 사내를 따라나서더니 무리를 지어 코펠베르크 언덕 기슭에서 마법처럼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야기는 1284년 6월26일 실제 있어났었던 130명의 어린이 실종 사건을 토대로 쓰였다. 사건이 일어난 날짜와 장소, 사라진 어린아이들의 숫자는 기록에 남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지만 실종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다만 여러 가지 설이 나돌고 뿐이다. 페스트로 인해 아이들이 집단 사망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아이들이 노예로 팔려나갔다는 주장도 있다. 혹은 신의 계시로 십자군 원정에 출정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기이한 사건을 주목했던 로버트 브라우닝은 자신의 언어로서 이야기를 정리한다. 깊은 신앙심을 지니고 있었던 시인은 신의를 저버리고 피리 부는 사내와의 약속을 깨뜨려버린 어른들의 탐욕에 주목했다. 이 이야기를 정리한 이들이 또 있었는데 바로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동화작가였던 그림 형제이다. 애국심과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던 그들은 구전으로 내려오던 독일 각 지역의 이야기들을 엮어서 책으로 편찬했다.

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구성한 그린어웨이는 당시 영국에서 매우 인기 있는 작가였다. 그는 심지어 빅토리아 시대의 어린이상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의 스타일은 독자들의 큰 인기를 얻어 실제 어린이 패션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인쇄지의 값이 저렴해진데다가 어린이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림책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으며, 케이트 그린어웨이 말고도 칼데 콧, 월터 크레인과 같은 그림책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케이트 그린어웨이의 영향력이 단연 최고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작품은 대량으로 복사되고 재생산되었으며, 심지어 비누 광고와 도자기에도 불법으로 실렸을 정도라고 한다. (조형미디어학 17권, 그린어웨이의 ‘창 아래서’의 주제와 표현 양식)

그린어웨이는 내셔널갤러리에 걸려 있는 게인즈버러와 레이놀즈 작품 감상하기를 매우 좋아했고, 작품세계에서 두 거장의 많은 여향을 받았다. 영국의 자연풍경과 전원생활 역시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중의 인기와는 다르게 일부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대한 혹평을 내놓기도 했는데, 어린이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묘하게 그의 일러스트에 눈길이 가게 되는 2017년 4월이다. 오래 전 고전풍으로 그려진 그림책 속 인물은 멋스럽고 사랑스럽지만 왠지 창백해 보인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는 실종된 아이들이 노예로 팔려가 타지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지만, 당시 그림책은 어린이 독자들을 배려해 그 부분을 그대로 그림에 옮길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책의 표지에는 꽃이 만개하고 초록이 싱그러운 낙원에서 아이들이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거나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찰싹 붙어서 행복해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경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505-3 송원로 55(송죽동)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Copyright © 2011~2017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