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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교 석식 폐지,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초 식중독 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저녁 급식을 제공하면 위생관리 취약 학교로 분류하겠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으로 인해 저녁 급식을 하는 공립고등학교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경기 지역 고등학교 중 406개교(86%)에서 실시하던 저녁 급식은 현재 174개교(36%)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식중독 예방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야간자율학습 전면 폐지를 추진한바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의 반발에 부딪쳐 시행이 어렵게 되자 ‘저녁 급식 중단’이라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민생경제론 저서를 낸바 있다. 우리 모두는 학교나 직장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하거나 취미를 즐기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한다. 누구라도 밤늦게까지 직장이나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은 정규 학과 시간이 끝나도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강제적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물론 이게 옳은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의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고교생들은 강제적 자율학습이 아니더라도 학원이나 사설 독서실에 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저녁 급식이 중단되자 야간자율 학습을 하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발 빠른 학원들은 학교대신 저녁급식을 제공하기도 한단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학교 급식대신 학교 근처의 편의점 등에서 컵라면이나 빵, 햄버거, 탄산음료 등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식품들은 대부분 자극적이어서 매일 먹으면 위장병 등 질병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한창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들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고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 시간을 더 주자는 의도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전기한 것처럼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대부분 학부모들은 맞벌이를 하고 있는 형편에서 저녁밥 해결이 마땅치 않은 학생들은 패스트푸드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입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저녁 급식 중단조치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아침과 저녁은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는 이재정 도교육감의 의도를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이에 앞서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구체적으로 수렴하고 설득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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