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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인형뽑기

 

인형뽑기 매장이 급증하고 있다. 한동안 세월의 뒷전으로 밀려있던 인형뽑기가 성황이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이면 영락없이 매장이 있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실상 인형을 뽑아도 크게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뽑혀져 나올 때의 쾌감이 사람들을 기계 앞으로 끌어당긴다.

며칠 전 우리도 외식을 하고 인형뽑기 매장에 들렀다. 남편과 딸애가 인형뽑기를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인형이 있으면 그것이 뽑혀져 나올 때까지 돈을 집어넣는다. 어찌 보면 제대로 된 인형을 사는 것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운이 좋아 한 두 번에 뽑힐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다.

기계가 인형을 물고 투입구 근처까지는 가지만 문턱에서 내려놓는다. 한번만 더하면 뽑힐 것 같은 유혹에 쉽사리 돌아서지를 못한다. 우리 옆에 있던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인형뽑기 하는 것을 한참을 보았다.

아이가 원하는 인형이 뽑히지 않는다. 두 주머니를 다 털고도 인형뽑기에 실패하자 매장 문을 나서더니 잠시 후 다시 왔다.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온 것이다. 그 사이 우리가 그 인형을 뽑았다. 그 가족의 탄식과 기쁨이 매장에 번졌다. 남편이 즐거워하는 것보다 그녀가 더 좋아했다. 매장을 나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인형을 그 아기에게 줄 걸 괜히 들고 왔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노력은 그 댁에서 다했고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데 생각없이 달랑 들고 온 것이 맘에 걸린다.

한구석에 집어던지면 그만인 것을 왜 그리도 못 뽑아서 안달을 하는지 모르지만 인형이 뽑혔을 때의 즐거움 때문에 자꾸 드나드는 것 같다. 세상이 힘들수록 요행에 기대는 수가 많다고 한다. 복권도 경기가 어려울 때 더 많이 팔린다고 하니 인형뽑기도 어려운 요즘 세태를 반영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나도 복권을 즐겨 사는 것은 아니지만 1년에 한두 번 몇 장은 산다. 좋은 꿈을 꾸었거나 꼭 사고 싶을 때가 있다. 언젠가는 큰 불이 나는 꿈을 꿨다. 검은 연기 속에 불꽃이 하늘로 치솟는데 너무나 무서워 발을 동동 구르다 꿈에서 깼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꿈인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화재현장이 쉽사리 지워지지가 않았다.

복권 방을 지나치는데 꿈 생각이 나서 복권을 샀다. 복권 번호를 찍고 복권을 가방에 넣는 순간부터 설렘이 시작된다. 불나는 꿈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높다던데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지 순위를 정하고 달라질 인생을 상상한다. 부자가 된 것처럼 들뜬다.

복권에 당첨되고 행복한 사람이 드물다지만 그래도 나에게 그런 행운이 생기면 좋은 일에 쓰면서 인생역전을 이뤄보겠다는 생각에 주말까지 즐거웠다. 차마 복권추첨을 볼 수 없어 숨죽이고 있다가 몇 시간이 지난 후면 번호를 비교해보니 전체 번호 중 서너 개 맞았다. 완전 꽝이다. 복권 샀다고 소문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주책없이 떠들었으면 민망했을 텐데…. 그래도 커피 한 잔 값 투자해서 일주일이 행복했으니 손해본 일은 아니다. 본전은 충분히 건진 셈이다.

세상이 힘들수록 복권한 장에 인생대박을 꿈꾸는 사람도 더러 있다. 복권사서 되면 좋고 안 되면 좋은 일에 기부했다 생각하면 즐겁다. 인형뽑기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를 풀고 잠시 즐거운 것으로 만족해야지 너무 빠져들거나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간혹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하는 것을 보면 무엇이든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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