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칼럼]의미 있는 삶과 ‘웰 다잉(Well Dying)’
[정준성칼럼]의미 있는 삶과 ‘웰 다잉(Well Dying)’
  • 경기신문
  • 승인 2017.06.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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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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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主筆)

엊그제 교인의 갑작스런 부음을 받고 아침 이른 시간 발인에 참석했다. 이틀 전 사망 소식은 접했으나 출장 중 이어서 발인하는 아침에 찾아 간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발인을 마친 후 장지까지 갈 요량으로 안내판을 봤다. 그러나 사망일시 가족사항 발인 장소와 시간만 나와 있을 뿐 장지 표시가 없었다. 화장장이나 납골당, 선영등 으레 있으려니 하고 이곳저곳 둘러보아도 알 수가 없어 매우 의아 했다. 일단 발인예배에 참석한 후 장려식장 1층 뒤편에 마련된 발인 장소로 내려갔다. 그러나 당연이 있어야할 유족과 조문객을 태울 장례버스와 영정을 실을 선도 차량이 없었다. 대신 시신 안치실 앞에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 후 교인이 하얀 면포에 싸여 응급차에 실리면서 의문이 풀렸다. 옆에 있던 조문객이 “시신을 기증 했다더니 장지가 아니라 대학병원으로가는 게 맞는 구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곤 곧, 올해 70이지만 나이보다 젊어 보인 지인의 선한 웃음이 떠올라 코끝이 찡했다.

하늘 아래 영원히 존재하는 생명체는 없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그 철칙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한 채 살아간다. 죽음이 목전에 달한 순간까지도 왜 죽어야 하는지 두려움에 떨면서 숨을 거둔다. 이처럼 평소 죽음을 준비한다는 일은 여간해서 꿈도 못 꾸는 것이 보통의 우리네 인생사다. 지인은 이러한 인생사를조금이나마 바꾸어 보려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 특히 조문객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이세상과 인연을 달리 했지만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파악하고자 할 때 죽음이라는 장치를 빌리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 관 안에 들어가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도 있고, 자신이 죽었다고 상상하고 비문이나 조문 작성하기, 또는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등의 방법들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다. 주위에서도 시신기증은 물론 장기기증, 더 나아가 유언 작성등 삶의 총체적 점검등을 통해 ‘웰 다잉(Well Dying : 잘 죽기)’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를 생각한다면 어렵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어떤 죽음인들 슬프고 괴롭지 않을까 만은 적어도 준비하며 다독이고 품는다면 후회·허무·여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주변인을 위한 마지막 예의가 그것이다. 남은 자의 슬픔은 떠난 자보다 더 괴롭다. 황망한 작별은 남겨진 이들에게 큰 상처다. 그러한 슬픔과 상처를 최소화 하는 것도 죽음을 준비 했을 때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절박함이 없으면 생각만 한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기 일쑤 인데.

인생 100세 시대다. 길어진 노후만큼 성실한 죽음준비가 절실하다. 이젠 죽음을 의연하고 건강하게 받아들일 때다. 삶의 질만큼 죽음의 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준비할 때이기도 하다. 아슬아슬한 삶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떠나는 생의 이별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더라도 필요한 건 떠남을 둘러싼 인식변화다. 죽음이 어둡고 부정적일 이유는 없다. 죽음을 떠올릴 때 겸손과 배려가 생겨난다. 이해하고 용서하고 끄덕일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삶을 위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정리 한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자신의 죽음 그 자체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와 관련된 것으로, 중병을 앓거나 의식이 없는 상태를 맞게 되면 생명을 연장할 것인지, 연장을 한다면 어느 선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전문가와 상담할 정도로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를 남겨야 하는 숙제가 있지만 본인을 위해선 필수다. 또 장기를 기증할 것인지 여부. 유산을 남길 것인지, 그렇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직계가족과 친지 외에 기부하고 싶은 단체들을 지정하고 그들에게 통보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지면 더욱 좋다. 이밖에 장례식과 같은 사항들 역시 살면서 검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죽음이 의미 있는 생의 마무리가 될지 성찰해 볼 시간으로 충분 할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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