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유방과 항우의 리더십
[자치단상]유방과 항우의 리더십
  • 경기신문
  • 승인 2017.06.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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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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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원기 신한대학교 공법행정학과 교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방과 항우. 그 둘은 어떤 리더십을 구사했고 어떤 차이로 인해 승패가 갈라졌을까. 먼저 유방은 기원전 247년 강소성 패현의 평범한 농민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난 동네 건달에 불과하였다. 항우는 유방보다 늦은 기원전 232년에 강소성에서 출생하였다. 춘추시대 진시황의 군대에 맞서 초나라를 지키다가 전사한 항연이라는 유명한 장수의 손자이다. 어려서 부모를 여읜 항우는 숙부인 항량으로부터 조부의 용맹함을 듣고 꿈을 키워나간 인물이다. 오늘날로 보면 유방은 흙수저 출신이고 항우는 금수저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항우는 키가 크고 힘이 세며 장수의 풍모를 지닌 요즘 말로 하면 상남자였다. 두뇌회전도 빨라 재기가 뛰어나고 군사적인 면에서는 많은 군사를 부리며 탁월한 전략을 구사하는 용장이었다. 반면 유방은 그저 그런 전략가로서 많은 군사를 부릴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고, 본인의 무술실력 또한 형편없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두 사람의 대결에서 유방이 항우를 꺾을 만한 요소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항우의 참패와 유방의 완승이었다.

유방이 항우를 이긴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유방은 스스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본인의 주제를 파악한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만한 인재 찾기에 골몰하였다. 인재만이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고 굳게 믿은 것이다. 반면에 항우는 자신을 과신한 면이 많았다. 무술도 자신 있고, 전략도 자신 있고, 외모 또한 자신 있었다. 무엇하나 꿀릴 게 없는 항우였다. 그러다보니까 항우에게는 점차 인재가 사라지고 유방에게는 인재가 늘어갔다. 한 사람이 아무리 뛰어난다 해도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항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유방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둘째, 두 사람은 목표달성 방법의 유연성에서 차이가 났다. 두 사람 중 진나라의 수도 함양을 먼저 점령한 자가 왕에 봉해지게 되었는데, 항우는 전통방식을 고집하였고, 유방은 유연한 방식을 택했다. 항우는 이전 방식대로 전투를 치루면서 각 성의 항복을 받으며 진격하였다. 그러나 유방은 각 성마다 가급적 비전투방식을 이용해 항복을 받으며 진격하였다. 전투는 최후 수단으로 써야 하는데, 항우는 전투를 당연한 수단으로 여겼고 자주 이용하였다. 목표달성과정에 있어서 유방이 항우보다 유연함을 보여준 것이다.

셋째, 민심획득에 있어서 유방이 한 발 앞섰다. 항우보다 먼저 함양에 입성한 유방은 진제국의 가혹한 법령을 폐지하고 약식 법령으로 백성들을 통치하였다. 백성들은 숨통이 트였고 자연스럽게 유방을 따르게 되었다. 그러나 항우는 유방으로부터 함양을 넘겨받은 후, 황궁을 불태워버리는 등 역시 백성들을 압박하였다.

넷째, 항우는 소탐대실하였고, 유방은 먼 장래를 내다본 점에서 차이가 났다. 항우는 진나라를 점령한 후, 스스로 자만심에 빠지며 자기 과시욕에 불타올랐다. 혼란스런 진나라를 잘 다스리는데 집중하지 않고, 고향인 초나라로 돌아가서 자기의 성공을 자랑하고자 하였다. 반면에 유방은 항우에게 쫒겨나는 순간에도 먼 장래를 내다보며 진제국의 지도와 서류 등을 재빨리 챙겨나갔다. 이것은 훗날 다시 유방이 항우에게 도전하여 기어코 항우를 꺾게 된 중요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렇듯 작은 것을 탐한 항우와 먼 장래에 권토중래할 것을 다짐한 유방, 이런 면에서 두 사람의 승패는 이미 결정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에서 오늘날 우리가 배울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작금의 우리사회는 새로운 내각과 함께 새로운 나라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유방과 같은 겸손한 자세와 유연한 사고 및 전략이 요구된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항상 경청하는 리더의 자세가 필요하며, 특히 국제관계에 있어서는 유연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다. 또한 자신의 치적에 집착하지 말고, 원대한 나라운영을 위한 헌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임기 내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민심을 다독이며, 나라의 큰 방향과 틀을 정함에 있어서, 책임 있는 자세와 진지함, 원대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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