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김수영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 김수영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 창작과비평사·1990년
1961년에 쓰인 시다. 4·19와 5·16이 있던 격변기다.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조국. 그러나 조국은 여전히 불안한 얼굴을 보여준다. 조국은 늘 불안하다. 어둡고 금 간 조국이다.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그만큼 불안”한데, 그러나,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 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4·19에서 배운 기술-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라고 ‘사랑의 변주곡’으로 시인은 다시 입을 연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