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칼럼]한 번뿐인 삶, 즐겁게 살자?
[정준성칼럼]한 번뿐인 삶, 즐겁게 살자?
  • 경기신문
  • 승인 2017.07.1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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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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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主筆)

요즘 다 큰 자식과 겪는 갈등 이야기를 주변에서 가끔 듣는다. 취직에 관한 것도, 진학에 관한 것도 결혼에 관한 것도 아니다. 내용을 보면 예전과 조금은 생소한 것들이다. 이를테면, 서른을 훌쩍 넘긴 아들이 어렵사리 구한 직장을 어느 날 갑자기 때려 치고 몇 달간 외국 여행길에 나서 속이 상했다거나,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매월 급료의 절반가까이를 투자해 외제차를 할부로 구입해 복장이 터진다는 등등의 이야기들이다. 심지어 적은 연봉과 고단한 일상, 상처만 남은 연애등이 싫다며 그동안 모은 푼돈에 퇴직금 등을 보태 취미에 생활에 몽땅 쏟아 부어 ‘딸과 냉전 3개월 째’ 라는 지인도 있다.

‘내일을 위해 오늘 허리띠를 졸라맸던’ 기성세대들로선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고 ‘백수시대’에 웬 호사스런 이야기냐 할지 모르지만 엄연히 현실 속에서존재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청년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비정규직 문제가 여전하며, 집값 문제는 나날이 더해가는 상황에서도 ‘나를 위하는 일이라면…’ 하며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름도 붙여졌다. ‘인생은 한 번 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영어 첫 글짜를 따서 ‘욜로(YOLO)’라고 한다. 욜로란 말은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미래를 위해 희생하지 말고, 현재의 나를 위해 행복을 추구하라’는 의미로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자주 사용해 더욱 유명해 졌다. 지금은 배낭 여행객들이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차 ‘헬로’ 대신 한 번뿐인 삶, 즐겁게 살자는 주문이라며 ‘욜로’로 인사하는 여행객들이 더 많을 정도로 보편화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에 열풍을 타고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욜로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사이에선 약간의 다른 의미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부모세대, 혹은 기성세대들의 우려를 낳기도 한다.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자는 의미가 역설적으로 ‘불확실한 미래’가 강조되며 보다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쉽게 얘기하면, 매년 연봉은 쥐꼬리만큼 오르지만 결혼 비용은 성큼성큼 앞서가고, 불안정한 직장을 다니면서 죽어라 10년을 모아도 장만하기 어렵다는 집값 등등. 삶의 현실이 점점 어려워지자 이를 극복하기보다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으로 바뀌는 게 그것이다. 그러다보니 내 집 마련이나 노후 준비 같은 미래를 위한 노력보다는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 여가 생활에 아낌없이 돈을 쓰고 한발 더나가 ‘모아봤자 티끌’이라는 생각에 빚을 내서라도 원하는 소비를 하는 의미로 욜로를 이해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젊은이들에 국한된 일이지만 최근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더 실감난다. 미래의 더 큰 행복보다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서다. 실제로 욜로는 점점 다른 양상의 소비 스타일로 번지고 있다. 700원짜리 삼각 김밥을 먹지만, 자신의 커피 취향을 위해 50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외국 유명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컵 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이처럼 욜로족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게 효율적인소비라고 생각는 것도 그중 하나다.

뿐만 아니다. 폼나게 보이려고 월급의 반을 지불하며 타는 렌트카, 남들이 다 가니까 덩달아 가는 해외여행, 친구 결혼식장에서 돋보이려고 할부로 구입하는 명품 옷 등 욜로 와는 거리가 먼 라이프스타일 까지 등장, ‘탕진잼(모아 봐야 몇 푼 안 될 돈, 탕진하듯이 만족스럽게 쓰기나 하자) ‘시발비용(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돈)’이란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이처럼 평소였으면 미래를 위해 하지 않았을 행위가 ‘욜로’라는 라이프스타일에 묻혀 보편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 욜로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삶이 지속가능한 만족이나 행복을 줄 수는 없다는 것,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오늘을 흥청망청 즐기라는 의미가 아니 라는 사실을 젊은 세대들은 잘 알고 있을게 분명하다. 많은 욜로 라이프스타일러들이 백가지의 행복이 보이지 않자 하나의 행복이라도 느끼겠다는 것이지 정말 탕진하고 패가망신을 자처할리 없어서 그렇다. 한 번뿐인 인생에는 지금 현재뿐만 아니라 노후도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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