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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블라인드 채용이 차별을 막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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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17일  20:48:51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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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장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 실시를 주문했다. “채용하는 분야가 특별히 일정 이상 학력이나 스펙, 신체조건을 요구하는 경우 외엔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나 신체조건, 말하자면 차별적 요인은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하자.”고 하였다. ‘스펙 없는 이력서’를 통한 블라인드 채용 법제화는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는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혁신도시 사업으로 지방에 이전된 공공기관들이 그 지역 인재를 30% 이상 채용하는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도 적극 반영하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출신지역을 표시하라는 말인가, 하지 말라는 말인가? 여기서 출신지역은 대학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비수도권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자기 고향의 공공기관 취업에 오히려 불리해진다.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과연 블라인드 채용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최선의 방식인지 의문이다. 보통 대학이나 학과, 성적 등으로 직무 수준을 가늠하고, 면접을 통하여 인성을 평가했는데, 면접만으로 직무능력까지 평가해야 한다면 난감하다. 제대로 평가하려면 며칠에 걸친 장시간의 면접이 필요하다.

공정한 평가방식 개발이 선행되어야

나아가 일단 수습사원으로 뽑아 상당기간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능력과 품성을 평가하는 것이 대안이다. 인턴제도를 폭 넓게 활용하고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의 일반적 채용방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인턴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정부나 노동계의 당면목표다. 또 청년실업 축소가 당면과제라서 인턴제도와 경력직 위주의 채용방식은 확대하기 곤란하다. 공공부문 뿐 아니라 올해부터 대학입시에서도 출신고교나 성적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면접이 이루어지는 블라인드 면접이 확대된다. 또 외국어고와 자사고의 폐지, 그리고 수능절대평가의 추진이 예상된다. 고교 평준화 정책 이후 영재교육의 필요성 때문에 생겨난 과학고는 1986년 특목고에 과학계열이 포함되면서 각 지역별로 생겨났다. 과학고 출신들이 명문대에 다수 입학하자 과학부문 영재교육이 아니라 대학입시의 방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같은 취지에서 1990년대 외국어고, 2000년대 국제고, 2010년부터 자사고들이 생겨났다. 이러다 보니 일반 고등학교는 열악한 고등학교가 되었고, 명문대를 준비하는 소수의 학생들만을 위한 입시학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수능을 절대평가로 하고, 특목고를 없앤다고 해서 곧 입시명문고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근본적 격차해소가 정부의 책임이다

대학입시나 취업 시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공평한 기회를 주자는 취지이다. 그런데 학벌과 스펙을 평가하는 것을 불합리한 차별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평등은 단순히 모든 것을 똑같이 취급하라는 형식적 평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경제적 분야에서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이다. 성별이나 외모 같은 선천적 요인에 의한 차별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시험성적, 외국연수, 봉사실적 등을 무시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다. 이른바 명문대, 명문고를 나오지 않았다고 검증받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불평등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남들보다 더 노력해서 들어간 명문대, 명문고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억울한 일이다. 학벌을 대체할 평가시스템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고, 학교 간 격차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이다. 경쟁력 있는 학교에는 자율성을 더 부여하고 능력이 부족한 학교는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수준은 비슷하되 개성 있는 학교들을 만들어야 한다. 명문대를 나와야 취업과 결혼에 유리하다는 우리의 인식이 깨질 때까지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가 많이 축적되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 문제해결에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블라인드 채용은 지원자와 면접관, 국민 모두를 ‘블라인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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