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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아름다운 책 옹기종기 감성 충전 ‘보물서고’

 

파주 헤이리 한길책박물관을 찾아서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뮤지엄들이 모여있다. 보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뮤지엄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박물관이 있다. 책을 주제로 한 한길책박물관이 그곳이다.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카페부터 남다르다. 한쪽 벽면이 온통 책으로 장식된 카페는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지식이 채워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길책박물관은 출판사 한길사가 책의 가치와 소중함 그리고 책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책박물관이다.

한길사 대표 부인 박관순씨 관장 맡아
40여년간 전세계 책들 사들여 전시

성경책 통해 그림책의 기원 소개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등 희귀본 전시

파본 활용 창작·삽화제작 체험도 진행
종이책의 가치·소중함 곳곳에서 전해

 

 

 

 


이언호 한길사 대표의 부인인 박관순 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기자 출신인 부부는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의 취미가 있었고, 40여년간 전세계에서 책을 사모았다. 그리고 그 책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박물관을 설립했다.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요즘 시대에 종이책을 찾는이들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에서 지식을 찾을 수 있지만 감수성을 키울 수는 없다”고 입을 연 박관순 관장은 “책은 단순히 글을 읽고 지식을 저장하는 것이 아닌 행간을 통해서도 감동이나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 종이를 내손으로 한장 한장 넘기며 가슴에 새기는 종이책 읽기는 세상이 각박해진 요즘에 더욱 필요한 것 같다.”고 밝히며 종이책의 가치를 전하는 한길책박물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길책박물관은 지하 1층과 지상 3층으로 이뤄졌으며 각각의 공간에서는 총 5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먼저 그림책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는 성경책 전시가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는 루터가 카톨릭 부패 척결 및 교회 개혁을 위해 번역한 독일어 성경과 서양에서 최초로 활판인쇄를 발명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를 비롯해 가정성경, 희귀본 성경과 화가들의 성경 속 삽화를 전시하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회화작품이 수록된 것이나 귀스타브 도레가 삽화를 그린 성경도 전시돼 있어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성경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으로 이동하면 아기자기한 그림책 전시가 눈을 사로잡는다. 그림책의 시작을 살펴볼 수 있는 ‘그림책의 탄생’ 전시에서는 랜돌프 칼데콧, 월터 크레인, 케이트 그린 어웨이 등 영국 그림책의 3대 거장의 그림책이 전시돼 예술장르로서 발전한 그림책의 진수를 볼 수 있다.
 

 

 

 


특히 그림책의 거장이라 불리는 렌돌프 칼데콧이 1800년대에 그린 그림책 원본도 전시돼 있어 당시 사회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글자가 빼곡한 책들로 가득할 것 같았던 한길책박물관에서는 오히려 글자를 볼 수 없다. 표지만으로도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책들이 전시된 한길책박물관에는 “더 좋은 책, 더 아름다운 책을 만들겠다”는 이언호 한길사 대표의 책에 대한 신념이 담겨있다.

영국 출신 화가이자 건축가, 시인인 윌리엄 모리스(1834-1896)는 생활 속의 예술을 추구해 미술공예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또한 책의 고딕 복고를 실천하고, 이상적인 책을 만들기 위해 책 내부 장식은 물론 독자적인 활자체를 고안했다. 말년에는 직접 출판공방 켐스콧 프레스를 설립해 초서 저작집 등 북디자인 사상 가장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책 53종 66권을 펴냈다.

윌리엄 모리스의 초서 저작집은 동시대 아센덴 공방의 돈키호테, 도브스 공방의 성서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름다운 책을 지향했던 이언호 대표는 윌리엄 모리스를 좋아했고, 전세계를 다니며 그가 켐스콧 프레스를 통해 제작한 책을 모두 구해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초서 저작집을 비롯해 윌리엄 모리스가 고안한 활자체, 벽화, 인쇄지 등을 만날 수 있다.

박관순 관장은 “책은 단순히 활자가 새겨진 종이가 아니다. 문학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표지, 삽화를 통해 또다른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종합예술이다”라며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표지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야 그 다음장을 넘길 수 있다. 책을 더욱 가깝고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심미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한길책 박물관에서는 전세계의 아름다운 책들을 전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길책박물관에서는 아이들이 보다 재미있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파본을 활용하는 창작체험을 할 수 있는 ‘북 리사이클링 아트 프로그램’을 비롯해 그림책 작가 랜돌프 칼데콧의 책을 같이 읽고 스토리를 만들고 삽화를 그려보는 ‘19세기 삽화여행’도 인기가 높다. 또한 숲과 인접해 있어 숲안내자와 함께 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에코 플레이어스’도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 건물 옆에 위치한 북하우스도 인상적이다. 525㎡ 규모의 건물에는 카페와 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카페 한쪽 벽면은 책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으며, 바로 옆 서점에는 한길사 책들과 책 관련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박 관장은 “지인과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도 주변에 책이 있으면 관심을 갖을 수 있다.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책과 좀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카페는 물론이고 서점을 마련해 책을 즐길 수 있게 꾸몄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관순 관장은 “책이 딱딱하고 어렵고 피곤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요소라는 것을 한길책박물관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특히 어린친구들이 아름다운 책을 많이 보고 생각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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