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벽시계
/명호경
하루에 딱 두 번
정확한 시간을 맞추는 벽시계
늦잠을 자고 만 아침
벽시계를 보면 안심이 된다
6시 37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시작이다
회식을 하고 퇴근이 늦은 밤
6시 37분,
여유로운 저녁이 보장된 삶이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조급하게 살지 마라는 무거운 묵언
그놈 참 호상好喪이다
- 계간 ‘리토피아’ 여름호에서
죽은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 출근시간 퇴근시간 두 번만 알려주어도 시계의 사명은 그런대로 쓸 만하다. 하루 스물네 시간 시간에 쫓겨 사는 것이 반드시 제대로 사는 인생은 아니리라. 시간에 쫓기며 조급하게 살다 보면 결국에는 마지막 시간까지 앞당길 위험도 있는 것이다. 시간에 끌려간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 끌려다니는 것이고, 세상에 끌려다니고서는 능동적이거나 창조적인 삶이라 보기 어렵다. 자신 나름의 생활과 자신만의 여유로운 방식으로 한생을 보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내가 시간을 끌고 가거나 시간을 요리하면서 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