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자금의 선순환이 지속성장 이끈다
[경제포커스]자금의 선순환이 지속성장 이끈다
  • 경기신문
  • 승인 2017.10.2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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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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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상경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부화기에 달걀(유정란)을 넣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면 병아리가 태어나고 이 병아리가 닭이 되면 더 많은 달걀을 낳게 된다. 하지만 달걀을 냉장고에 넣어둔다면 그저 하나의 달걀인 상태로 그 용도를 다하게 된다.

나에게 조금 큰 돈이 있어서 이 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게 되면 이자가 붙어 더 커진 돈이 나에게 되돌아온다. 하지만 이 돈을 장롱에 보관한다면 아무런 변화가 없게 된다. 이처럼 돈은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이때 금융기관은 달걀로 치면 일종의 부화기 역할을 한다. 자금 보유자(공급자)는 금융기관을 이용하면 장롱에 쌓아두면 나오지 않을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다. 자금 필요자(수요자)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수익활동을 한 후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기관과 이자를 매개로 하여 자금의 공급주체와 자금의 수요주체 모두 이득을 보는 것이 현재의 화폐금융시스템이다.

전통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는 가계이었으며, 자금을 필요로 하는 곳은 기업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업이 이전처럼 자금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성한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2016년중 가계 정부 등에 의해 총 121조원의 자금이 공급되었는데, 이 중 국내 기업이 사용한 자금은 1조원에 불과하였고 나머지 120조원은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자금조달에 목매던 기업들이 왜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을까? 이는 그동안 지속된 대기업·수출·제조업 중심의 성장정책으로 인해 많은 이윤을 벌어들인 기업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이들 기업들이 더 이상 외부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조업 분야 대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000년 43.6%에서 2015년 19.6%로 하락하였으며, 그 결과 기업들은 설비투자 자금 대부분을 내부자금(대기업 72.1%, 중소기업 67.7%)에 의해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 대출을 이용하는 비중은 대기업 20.0%, 중소기업 27.5%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반영하여 100대 상장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2008년말(36.4조원)에 비해 약 3.5배 늘어난 128조원에 달한다고 조사되었다. 이처럼 기업 전체의 외부자금 수요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우리경제에서 남는 자금 대부분이 해외로 유출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 판단된다.

국내자금의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자금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금이 어디에 있던 이자 또는 배당 등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금수요자인 기업이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유출된 자금이 해외고용에 사용된 만큼 국내고용이 일어나지 않고, 해외설비에 사용된 만큼 국내설비 사용이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현금성 자산 보유 증대는 국내투자와 생산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유보자금 보유규모 확대가 개별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든든한 방패막이 되지만, 국내자금을 냉장고의 달걀처럼, 장롱속 현금처럼 국내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이자를 지급하는 규모가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금융기관 및 이자를 통해 경제가 선순환하는 과정 자체가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 금융기관 및 이자를 통한 자금의 선순환을 이끌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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