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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조합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철학의 독보적인 존재들이다. 두 사람은 사제관계로도 유명하며, 서로 같은 듯 다른 사상으로 라이벌로 언급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와 함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계보로 이어진 고대 서양철학은 후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들 철학자는 고대 서양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마케도니아, 로마 시대 중,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시대에 할동한 사람들이었다.

먼저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보편타당한 절대적이고 객관적 진리론을 수용하여 관념론적 이상주의 철학을 정립하였다. 대중에 의한 민주주의에 반대하고 깨달은 자, 즉, 철인(哲人)에 의한 정치를 지지하였다. 또한 감성보다는 이성에 의존하는 윤리적 국가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플라톤이 대중정치를 혐오한 이유는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이 깊었다. 무지한 사람들이 마녀 사냥하듯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보고 대중의 어리석음에 회의를 느낀 것이었다. 그가 줄곧 주장한 주지주의, 즉, 사람이 알아야 선해진다는 이데아 사상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경험론적 현실주의 철학을 내세우며 대중에 의한 민주주의 정치를 지지하였다. 나아가 다수가 참여하는 공화적 국가의 필요성도 역설하였다. 스승인 플라톤과 반대의 정치체제를 지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철학사상이 반대로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으며, 기본적으로 공통점도 많이 갖고 있었다. 예를 들면, 세상에는 본질이라는 것이 있으며, 본질이 없으면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는 본질주의에 일치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본질과 목적에 따라서 살아가는 삶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식도 일치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두 사람의 기본적 인식은 뿌리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라톤의 이상주의는 본질인 이데아가 개체에 스며든 것으로, 결국 이데아는 영원하고 개체는 유한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였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개별적 존재는 그 의미가 반감되고 본질인 이데아의 피동체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런 이유로 중세 신학시대에서는 플라톤 사상이 매우 큰 인기를 누렸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고 만물을 주관하는 신을 숭배했던 중세시대는 그의 사상이 들어맞았던 것이다.

그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적 존재가 있어야 이데아도 존재한다는 개별과 이데아의 일체론을 주장하였다. 나아가 개별적 존재가 더 중요하며, 실체가 없으면 이상도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의 사상은 중세 르네상스 이후 인간이 세상 중심에 섰던 시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인간 개개인의 존재성이 부각되었던 근대 이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적격이었던 것이다.

플라톤의 주지주의, 즉, 아는 것이 선이다라는 사상도 아리스토텔레스는 보완을 하고 나섰다. 사람이 안다고 해서 선을 이루는 것이 아니며, 아는 것을 실천해야 비로소 선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앎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이 따라야만 한다는 생각은 상호 대립이 아니라 상호보완으로 해석되는 것이 옳다 하겠다.

결과적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호 합치와 반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둘의 사상을 조합해서 실행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며, 현실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닌,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각 분야에서 추구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얼마 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과 관련한 시민들의 의견을 공론화하면서 원전건설 지속여부를 결정한 바 있다. 여론조사결과 건설재개로 결정 났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자못 이채로웠다. 국민건강과 환경에 위해한 원자력발전소의 철수는 긍정적인 이상이었다. 반면에 원자력발전소를 통한 저비용의 전기공급은 현실문제였다. 이상과 현실의 충돌문제를 치열한 토론을 거쳐 국민에 의해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적 충돌을 현실에 응용하여 해결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이렇듯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각종 이슈를 두 철학자의 조합방정식을 우리가 만들어서 활용한다면, 우리는 더없이 똑똑한 국민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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