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
/남태식
꽃으로 불리는 것에는 암수가 따로 없다.
부드러워진 것은 모두 꽃이다.
몽둥이도 각목도 쇠막대도 꽃이다.
처절한 꽃은 어깨가 말랑말랑하다.
어깨에서 힘을 뺀 사내들은 처절하다.
처절하니 아름답다.
아름다우니 꽃 됐다.
사내들이 꽃으로 피는 집이 있다.
처절한 평화가 모여 있다.
- 계간 ‘리토피아’ 가을호에서
대한민국은 처절한 꽃들의 나라이다. 사시사철 말랑말랑한 어깨를 가진 사람들이 아름답게 꽃으로 핀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처절하여 꽃으로 피고, 꽃으로 피니 아름답고, 아름다워 평화롭다. 꽃이야말로 생명과 에너지의 원천이고 이 나라의 아름다운 현실이며 가치 있는 미래의 얼굴이다. 그 꽃밭으로 촛불의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