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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형식적 개헌 실질적 개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지난달 26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자치와 분권이야말로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라 했고,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국민의 기본권 확대”와 더불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로의 개편”도 제안했다. 또 국회의 지속적 개헌논의도 당부하였다. 그런데 이미 국회 개헌특위에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권력구조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대신 지방분권을 화두로 내세웠다. 이것이 정말 개헌을 추진하는 차원인지, 아니면 단지 정치적 입지를 다져 개헌이 불발되었을 때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려는 것인지 내년 6월이면 알게 될 것이다.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 제출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합의가 안 되면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구성 상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만으로도 통과를 막을 수 있다.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서로 적폐논쟁을 하는 동안에는 개헌에 대한 합의가능성은 매우 낮다.



개헌이 실현되려면 여야간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야

여야는 싫든 좋든 개헌이라는 한 배를 탄 것이다. 야당과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물론 여야간 대화의 단절이 대통령이나 여당만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국정운영을 맡은 사람은 대통령과 여당이지 야당이 아니다. 만약 개헌에 실패한다면 구체적 책임논쟁이 있겠지만 평가는 ‘문재인 정부’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야당과의 개헌안 합의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개헌이란 문자적으로 헌법전의 내용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나 실질적 의미에서 모든 헌법적 내용이 헌법전에 담겨있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제도의 개편은 헌법에 나오지 않지만 중요한 헌법적 요소다. 국회의 법률개정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역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며 ‘지방자치단체’ 대신 ‘지방정부’라 부르고, 시도지사 간담회를 확대하여 ‘제2국무회의’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의 권력구조 문제와 달리 지방에 권한을 분산하여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완화하는 데는 반대의견이 별로 없다. 하지만 제2국무회의가 현재 국무회의의 어떤 기능을 가져가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개헌 이전에 법률개정으로 상당부분 실질적 개헌 가능

‘지방정부’라는 용어도 단순히 용어사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재정 자립 없이 지방정부가 기능하기 어렵다. 그러데 현재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대략 8대 2다. 이를 7대 3, 나아가 6대4로 개편해야 실질적 지방분권이 가능하다. 대학입시를 비롯한 교육과 문화야말로 지방적 특색을 살려야 하는 분야다. 이런 것들은 개헌 이전에 얼마든지 법률차원에서 실질적 개헌을 할 수 있다. 개헌을 해야 지방분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해진 지방분권을 헌법에 담는 것이다. 헌법에 민주주의를 규정해서 민주국가가 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모두가 긍정하므로 헌법에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개헌을 언급하는 날, 또 다른 대선 공약이었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미 지방으로 넘어간 권한을 도로 국가(중앙정부)로 환원하면서 지방분권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한 재원을 지방으로 넘겨주면 될 일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흘러갔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역대정권의 관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당에서도 제명되었다. 이런 인적청산과 더불어 역대 정권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이 실질적 의미의 개헌이다. 이는 헌법전의 문구를 개정해야만 되는 일은 아니다. 그저 대통령과 여당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면 국민은 물론 야당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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