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고]마음이 넉넉해지는 가을 산책, 하남위례길

 

가을은 오곡이 풍성히 익어가는 만큼 마음을 넉넉하게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옛 성인들도 가을을 일컬어 등화가친(燈火可親)하며 지성을 가다듬기에 딱 좋은 시기로 꼽곤 했다. 이번 가을, 500년 백제의 혼이 서린 ‘하남 위례길’을 걸으며 역사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면 어떨까.

하남시는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최초의 도읍 ‘하남위례성’을 정한 역사적인 도시다. 이에 하남시에서는 이러한 역사성을 담아 관광명소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함은 물론 시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트레킹 코스 ‘하남 위례길’을 조성했다.

하남위례길을 한강을 따라 가을의 정취가 내려앉은 자연경관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또 남한산성과 위례성 등 우리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충분하다.

이곳은 크게 4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먼저 1코스인 ‘위례사랑길’은 산곡천(山谷川)에서 출발해 닭바위~연리목~도미나루~두껍바위를 거쳐 팔당댐에 이르는 5㎞의 구간이다. 이중 도미나루는 백제 때 사랑을 지키기 위해 왕권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도미 부부의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사랑길이라는 명칭은 도미 부부의 사랑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코스인 ‘위례강변길’은 덕풍천~미사리경정공원~나무고아원~선동축구장을 거쳐 서울 근교까지 이어지는 13.5㎞의 구간으로 하남시 외곽의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코스다. 무엇보다 가을에는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억새밭을 걷는 즐거움이 있다.

3코스인 ‘위례역사길’은 광주향교에서 시작해 이성산성~동사지~선법사에 이르는 5.8㎞의 구간으로 이성산성을 중심으로 역사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광주(廣州)의 문화·교육 중심지 역할을 하던 광주향교를 비롯해 춘궁동 동사지, 하남 동사지 오층석탑, 하남 동사지 삼층석탑,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 백제 온조왕이 마셨다는 온조왕 어용샘 등 하남지역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 발자취를 밟아볼 수 있다.

끝으로 4코스인 ‘위례둘레길’은 하남시청을 시작점으로 샘재~남한산성(벌봉)~금암산~이성산성을 거쳐 덕풍골에 이르는 39.7㎞의 구간이다. 하남 위례성의 궁 안 지역을 둘러싼 산을 걸으며 남한산성 성곽과 벌봉, 객산, 금암산, 이성산 등을 지나면서 하남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벌봉은 병자호란 때 수많은 벌이 날아와 청나라 군사를 쏘아 조선군의 승리를 도왔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하남위례길은 가을이 모두 내려앉아 있다. 걸을 때마다 느끼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침 분위기가 다르고 점심 분위기가 다르고 노을이 빛을 줄 때가 다르다. 마음이 즐거울 때, 슬플 때가 다르지만 그래도 이 길을 걷다보면 사랑도 주고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문제에 처음가닥의 혜안을 내어준다.

연인, 가족과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도미설화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운이 좋으면 특전사의 낙하훈련을 보며 남한산성의 호국정신을 되돌아볼 수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남위례길을 걸으며 내 삶을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고 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길 기원해 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