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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정치는 통합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군의 귀순과 추격조의 총격이 있었다. 하지만 수능연기를 불러온 포항지진은 더 큰 충격이었다. 목포 신항에서 치러진 세월호 미수습자들의 시신 없는 장례식이 가슴 아프게 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상납사건으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구속되었고, 당시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었다. 사건의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 거부 중에도 허리 통증으로 병원진료를 받았다. 이렇듯 지난 한 주간 우리에게 수많은 사건들이 있어났다. 국민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므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라는 말은 너무나 다양한 의미로 쓰이지만, 다원주의가 민주주의의 특색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민주주의를 부정하지만 않는다면 무엇이든지 허용하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태도야 말로 분열과 대립을 막아준다. 그래서 다원주의는 사회통합의 바탕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사건들의 정확한 사실관계나 의미맥락이 전해지지 않은 채 상호비방이 난무한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생각이 다르면 적이라고 규정하고 무조건 반대한다.

정치권은 커져가는 사회적 갈등의 통합에 나서야

최근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심리적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다. 양극화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국가경쟁력도 생기고 북한의 위협도 막아낼 수 있다. 우리 정치권과 국민 모두의 숙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정치사에서 ‘정치 9단’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을 회상해 보자. 대법원은 1997년 4월 ‘전두환 무기, 노태우 징역 12년’을 확정했다. 그러나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그 해 12월 이들을 특별 사면했다.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었다. 대선 당시 김대중·이회창·이인제 3후보 모두 전두환·노태우의 사면·복권을 공약하였다. 당시 사면 반대의견이 많았고 현재의 평가도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하지만 사회통합을 위한 이러한 조치는 사법적 판단과는 다른 정치력의 발현이라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사례도 있다. 1974년 닉슨 당시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지 4일 뒤인 8월 9일 사임하였다. 하지만 9월 8일, 포드 후임 대통령은 닉슨이 재직기간 저지른 모든 형사범죄를 사면했다. 그는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이의 재임 중 범죄에 대해 현 대통령인 제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써 참조할 만한 역사적?법률적 선례는 없지만” “저는 이미 덮인 책장을 다시 열어 나쁜 꿈을 지속시킬 수 없고, 저는 그 책을 봉인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지닌 유일한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사면의 명분으로, 길게 이어질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대립할 ‘추한 열정’, 닉슨의 건강악화 등을 들었다. 한마디로 사법적 단죄로 인한 분열보다는 미국의 통합을 위한 결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때에도 반대의견은 있었다.

흑백논리를 극복하고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

가끔 법과는 다른 정치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정치는 통합과 포용이다.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흑이 아니면 무조건 백인 것이 아니라, 회색도 있고 다른 색깔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자연과학 명제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물이 100℃에서 끓는다는 명제도 특정 기압일 때만 참이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대기압은 250㎜Hg 정도며 물의 끓는점은 71℃라고 한다. 같은 대한민국에 산다면, 같은 진영이냐 아니냐의 OX문제로 보지 말고 상대방의 공과 과를 정당하게 평가해 주는 것이 동업자 의식이다. 여당도 야당의 입장에 귀 기울이고 야당도 여당의 입장을 헤아려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과 우리 사회는 상대방에게 참 인색하다. 무조건 적과 아군으로 분류하는 사고는 일제강점기와 6·25의 후유증이다. 그런 후유증을 극복하고 서로 포용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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