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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어디 이자 좀 더 주는 데 없을까?

 

‘어디 이자 좀 더 주는 데 없을까?’ 이 문구에 가장 솔깃할 사람은 아마 은퇴 후 금융기관 예치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얼마 전 일부 은퇴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이자를 많이 주는 금융기관을 찾아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직장 은퇴 시에는 받은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두면 이자만으로도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난 10년간 현저히 낮아진 금리가 이러한 생각을 바꾸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는 반대로 ‘어디 이자 좀 덜 내는 데 없을까?’하는 문구에 솔깃할 사람들도 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가 높다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은 곳을 찾아다닌다. 집값이 상승하지 않거나, 월급 임대료 등 안정된 수입이 없어지면 곤란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이자에 대한 입장은 개인이 처한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정책 당국으로서는 개개인보다는 전체가 보다 많은 이익을 받는 방향을 택해야 할 것이다. 통상 가계는 저축을 많이 하는 경제주체이므로 이자를 올리는 것이, 기업은 차입을 많이 하는 경제주체이므로 이자를 내리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보통 금리를 내린다. 가계가 이자를 더 적게 받아 손해를 보지만 기업이 이자를 더 적게 내어 이익이 더 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계가 이자 면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기업이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더 많이 투자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가계에 대한 임금소득이 더 많이 제공되어 전체 가계소득이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통계는 이와 같은 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가계가 금리상승을 환영하지 않는 주체가 되고 있다. 가계부채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주택담보대출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부담이 매우 커졌으며, 이로 인해 가계가 지급하는 이자규모가 수취하는 이자규모를 초과하여 지난해 처음으로 가계의 이자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가계는 이제 이자가 낮아지는 것을 좋아하는 경제주체로 바뀐 게 아닌가 추정된다.

기업의 경우도 기존 상식을 파괴한다. 2016년도 자금순환표를 보면 기업이 자금을 차입한 규모가 자금을 비축한 규모를 1조원밖에 상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균형인 수준이다. 중소기업이 많은 자금을 차입했지만 대기업이 자금을 비축한 규모도 거의 비슷하여 그렇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조만간 기업이 비축하는 자금규모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이전처럼 금리가 낮아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투자할 때도 금리수준에 별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따라서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과거의 경제이론은 예전처럼 잘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제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인해 투자가 늘어나더라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 투자가 주로 자동화를 위한 설비투자에 집중되고 있어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자가 늘어나면 고용이 줄어드는 경우가 곳곳에서 많이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현실은 ‘어디 이자 좀 더 주는 곳이 없을까?’ 하는 질문을 은퇴한 예금자가 할 수도 있지만, 비축자금이 많은 기업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어디 이자 좀 덜 내는 곳이 없을까?’ 하는 질문 역시 과거에는 대기업, 중소기업이 하였지만 지금은 중소기업과 대출을 받은 많은 개인이 주로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경제정책을 실시할 때는 이처럼 최근의 새로운 경제흐름과 각종 구조변화를 감안한 새로운 이론을 적용하여야 실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이전에 배운 경제학 이론에 매달려 경제를 진단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추억에만 매달려 현실을 무시하는 몽상가가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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