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숨죽였던 이들 모두 일어나기 시작했다
1987년 숨죽였던 이들 모두 일어나기 시작했다
  • 민경화 기자
  • 승인 2017.12.26 19:47
  • 댓글 0
  • 전자신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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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대학생 고문 사망
1987년 6개월 시간 담아
김윤석×하정우 몰입도 높여
1987

장르 : 드라마

감독 : 장준환

배우: 김윤석/하정우/유해진/김태리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다.

당시 그의 사망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라는 언론 보도는 대한민국을 공분케 했고 불의에 맞선 국민들의 목소리는 6월의 광장까지 이어졌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이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행동이 모여 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기까지, ‘1987’은 가슴 뛰는 6개월의 시간을 담은 영화다.

조사를 받다 사망한 대학생에 대해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는 경찰.

그러나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윤기자(이희준)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이에 박처장(김윤석)은 조반장(박희순) 등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한편, 교도소에 수감된 조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 연희(김태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시계를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게 만든 1987년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시간이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1987년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매 순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지점도 30년전 존재했던 인물들의 감정 하나하나를 면밀히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다.

‘추격자’(2008)와 ‘황해’(2010)로 한국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투톱 연기를 선보였던 김윤석과 하정우는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장과 이에 맞서 부검명령서를 발부하는 검사로 재회해 극 초반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리고 일명 ‘비둘기’로 불렸던 재야인사의 옥중서신을 바깥으로 전달하는, 실존 인물에 기초해 그려진 양심적인 교도관 한병용 역은 인간미의 대명사 유해진이 맡아 연기한다.

그의 조카로 삼촌이 위험에 처할까 걱정하고 대학 입학 후 동료 학생들의 시위를 보며 갈등하는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에는 강한 의지와 당찬 면모를 동시에 갖춘 김태리가 출연한다.

아울러 박처장의 명령을 받들다 수감되는 대공형사 조반장은 박희순이, 서슬 퍼런 보도지침에 맞서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기자 역에는 이희준이 출연해 사슬처럼 맞물려 이어지는 그 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완성한다.

‘1987’은 실재했던 이들의 드라마가 가진 생생함에 덧붙여 그들이 겪었을 법한 사건과 감정의 파고를 손에 잡힐 듯 따라가며,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6월 광장의 시간은 불가능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숨죽였던 이들의 용기가 지닌 가치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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