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의 世上萬事]서울의 봄 그리고 한반도의 봄
[이준구의 世上萬事]서울의 봄 그리고 한반도의 봄
  • 경기신문
  • 승인 2018.03.13 18:47
  • 댓글 0
  • 전자신문  16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대기자(大記者)

1979년 9월 입대해 신병훈련을 마치고 ‘5만 촉광에 빛나는’ 이등병을 달았다. 자대에 배치되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다. 내무반에는 신문이라고는 전우신문 이외에는 없었다. 그나마 화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흑백TV에조차 눈길을 줄 수 없는 졸병이었다. 하루가 지나서야 그 사실을 고참들의 귀동냥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만찬 중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하면서 10·26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연회 도중에 김재규는 대통령 박정희의 가슴과 머리에 총탄을 쏘았고, 국군 서울지구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했다.

당시 국민들은 유신체제가 끝나고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대학생들의 시위도 이어졌다. 그러나 혼란스런 정국을 틈 타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10.26 사건 합동수사본부장에 올랐다. 군부 내 하나회를 중심으로 하극상을 준비한 전두환 등 신군부는 12·12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와 권력을 장악했다. 1980년 4월 14일에는 공석 중이던 중앙정보부장까지 겸임하게 되었다. 신군부는 5월 17일 자정을 기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다시금 모든 정치 활동을 정지시켰다. 대학에는 휴교령이 내려져 교문에는 공수부대와 군인들을 투입시켰다. 광주 5·18민주화 운동과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마저 총칼로 진압해 결국 ‘서울의 봄’은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서울의 봄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지금 ‘한반도의 봄’이 또 다가오고 있다. 서울의 봄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어떻든 남북 정상이 4월에, 또 북미 정상이 5월에 만나기로 돼 있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한반도의 봄’을 기대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한반도 ‘3월 위기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과 일본은 유사 시 우리나라로부터 자국민의 귀국방법마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현재로서는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결정되고 김정은의 누이동생 김여정이 개회식에 참석했다. 폐회식에는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지목된 북한노동당 김영철 통일전선위원장이 참석했다. 올림픽으로 서울을 방문한 북한 인사들과 한국 고위 인사들의 비공개 접촉도 있었다.

급기야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을 만나고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김정은은 또 비핵화를 전제로 약속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누가 보아도 한반도 해빙무드다. 겉으로 봐서는 북한이 결코 ‘동토(凍土)의 왕국이 아닌 셈이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지은 시 ‘소군원(昭君怨)’에 나오는 “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이라는 구절을 읊는다. 그런데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봄이 오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 없다. 그동안에도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6자회담이니, 4자 회담이니 했지만 남북 당사자가 만나고, 북미 당사자가 만나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과 중국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열강들과 러시아의 앞으로 반응도 예의 주시해야 할 일이다. 그들 나름대로 한반도 해빙무드에 대한 손익계산을 하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우선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도 남북정상회담에 성의 있게 임할 것이 예상되지만 의외의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여부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일에는 위험요소가 늘 도사리게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여리박빙(如履薄氷)하는 자세로 임해야 함은 물론이다. 봄을 알리는 새싹이 돋듯 ‘한반도의 봄’을 차분하게 기다려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