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족비사(家族悲史) 등을 촉발시키며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흐르던 경기도지사 선거가 정책대결이라는 새로운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민주주의 궤도’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각론 등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선거에도 결이 있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흑색선전을 넘어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출발은 이재명-남경필 후보의 ‘성남시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공방’이다. 이는 이 후보가 제기한 ‘경기도 채무제로’ 논쟁에 이어 두 번째지만 궤도로 진입한 첫 논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후보의 ‘장군’에 이어 남 후보의 ‘멍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경기도(당시 남경필 도지가)의 ‘채무 제로 선언’을 “거짓말”이라고 공격의 날을 세웠다. 이는 그동안 남 후보가 이 후보의 가족 대화 녹음 파일 등을 문제삼으며 취했던 신상공세를 ‘정책 공방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취한 긍정적 전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대해 남 후보측도 공세의 칼을 정책으로 전환, 28일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을 ‘정치 쇼’라고 반격했다. 도·시정 검증 무대로 선거전을 한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남 후보 캠프 염오봉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 후보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자신의 치적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국토부 등과) 정산이 진행 중인 사업의 있지도 않은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성남시민을 기만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 채무 제로에 대한 거짓 공격도 동일한 방식으로 도민을 기만하려는 고도의 선거전략”이라며 “이 후보는 모라토리엄 선언이 국민과 성남시민을 기만한 것임을 솔직히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모라토리엄은 전임 정부가 남긴 부채에 따른 재정난을 시민에게 소상히 보고한 것으로 주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인 단체장이 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모범사례”라고 반박했다.
또 “성남시는 시민들과 함께 재정난을 해결해 지난 1월 기준 공기업특별회계 채무 9억 원만 남았다”며 “이는 국비로 자동 상환되는 것으로 사실상 채무 제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방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이제야 ‘내로남불’이 아닌 도민들을 위한 정책대결 출발선에 선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며 “한국 정치사의 새 그림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그릴 것으로 믿는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양규원·최준석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