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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품 물가가 안정적인 이유

 

요즘 마트에 가보면 일부 물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을 보기도 하지만 물건 값이 그대로이거나 내린 경우도 많다. 서비스 요금도 최근 배달료, 미용료 등 일부가 올랐지만 그대로인 경우도 많아 물가수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한 경제의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물가 통계를 봐야 하는데,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보면 요즘 매우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5월중 수치는 1.5%이며, 2013∼17년 연평균 수치는 1.24%에 불과하다.

그리고 물가를 상품가격과 서비스가격으로 나누어서 보면, 상품가격이 보다 안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2013∼17년 중 연평균 상승률을 보면 서비스가격이 평균보다 높은 1.83%인 반면, 상품가격은 이보다 크게 낮은 0.51%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상품가격이 서비스가격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이는 현상은 선진국도 비슷한데, 미국의 경우 최근 서비스 물가가 3% 근처까지 상승한 가운데서도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물가는 2013년 이후 계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가격보다 상품가격이 보다 안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기술발전으로 인한 생산효율성 제고로 생산비용이 낮아진 것을 지적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등에 힘입어 자동화 등으로 공정이 개선되고, 재고관리비용 및 인건비 등이 감소하면서 상품의 생산비용은 계속 낮아져왔다. 컴퓨터, 휴대폰, TV, 냉장고 등 흔히 보는 주요 가전제품의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 신제품 가격이 이전제품 출시가격 근처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전자제품의 가격이 큰 폭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서비스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자동차 제조에 있어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머리를 자동으로 깎아주는 기계는 아직 없어서 여전히 이발서비스를 사람에게 받아야 하듯이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터넷쇼핑, TV홈쇼핑, 해외직구 등으로 인해 상품 유통단계가 축소되면서 유통비용이 낮아진 것도 상품가격 안정의 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여러 단계의 도·소매상을 거쳐야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네트워크의 발달로 산지와 직접 물품을 거래하는 것이 보다 편리해졌다. 해외직구를 외국 유통업체가 아닌 국내업체를 통해서도 이용하는 등 중간유통단계가 간소화되면서 제품의 가격이 안정화된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는 유통비용 절감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동남아 국가의 이발비용이 저렴하다고 해서 그곳까지 가서 이발하기는 쉽지 않다.

생산지 간의 비교우위에 따른 분업 및 특화가 심화된 점도 비용을 낮추는 요인이다. 소비자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의 제품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비교하고 값싸고 평이 좋은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어 자동적으로 비용열위에 있는 기업은 도태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같은 품질의 상품이라면 가장 효율적인 생산자들이 분업 및 특화하게 되고 이로 인해 비용이 더 낮아지게 된다.

이렇듯 상품가격이 안정적인 수준에 머묾에 따라 경기와 상관없이 물가가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물가안정을 주요 정책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중앙은행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경기회복세에 접어들어 정책금리를 인상할 시기가 되었어도 물가가 과거 경기회복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됨에 따라 이를 실행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근 기술발전으로 인한 구조변화가 심화되면서 역설적인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이 고용을 감소시키고,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체의 소비가 위축되고, 저금리에도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 현상 등이 그 예인데, 낮은 물가 또한 기술발전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리 경제의 이상 현상 중 하나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경제현상을 해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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